2011년 9월 22일 목요일

[사설]국립묘지 안장심의위원 명단 숨길 이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1자 사설 '국립묘지 안장심의위원 명단 숨길 이유 없다'를 퍼왔습니다.
국가보훈처가 드디어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국립묘지 안장심의위원회 회의록과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그런데 보훈처는 그제 조영택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심의위원들의 이름을 OOO이나 A B C D L 등 영어 알파벳으로 감추었다. 심의위원들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안씨가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도록 허가하고도 자신들의 이름을 숨긴 것이다. 보훈처와 심의위의 비겁한 작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회의록에 나타난 위원들의 발언은 소개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C 위원은 7월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 줄곧 안씨가 뇌물로 받았던 5000만원이 “뇌물 성격보다는 당시 떡값 정도의 수준”이라며 “파렴치범 등 도덕성을 위배하거나 반사회적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또 B 위원은 안씨가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기 때문에 행한 범죄”라면서 국립묘지 안장을 주장했다. I, N, J, M 위원들은 안씨가 실세였던 점과 형평성, 일관성을 들어 반대입장을 고수했지만 심의위는 한 달 뒤 일부 민간위원들의 반발 속에서 서면결의라는 편법으로 안장안을 통과시켰다.

안씨 안장에 찬성한 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안씨의 뇌물수수 혐의는 대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바다. 단지 같은 신군부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물러나기 직전인 1997년 그를 사면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위원들은 그가 사면을 이유로 무죄라고 생각하는가. 나아가 위원들은 찬성이유로 안씨가 주범이 아닌 종범임을 들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수수죄를 범한 ‘주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사후 당연히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이 없다. 위원들이 그때 과연 반대할 것인가. 아마 이들의 반대표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무릇 역사적 사안을 다루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름을 내걸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역사 앞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안씨 안장 심의가 좋은 예다. 서면결의에는 15명 심의위원 중 9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공무원 6명을 포함한 8명이 찬성했다. 공무원들이 안씨 안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찬성표를 던진 고위 공직자들이 역겹다. 보훈처는 지금이라도 역사의 발전을 위해 심의위원들의 명단과 발언내용을 공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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