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1일 수요일

[사설]KTX 고장·사고 책임 떠넘길 일이 아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20자 사설 'KTX 고장·사고 책임 떠넘길 일이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그제 “코레일이 아무리 열심히 운영해도 차량 자체와 선로 시공에 문제가 있으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차량 제작과 선로 시공에서 생긴 문제가 코레일의 정비 불량보다 최소 3배 이상”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KTX-산천은 차량 결함이, 고속철도 경부선 2단계 구간은 선로 전환기 작동 불량이 고속철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KTX-산천 제작사인 현대로템과 선로 시공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들린다. 설사 현대로템과 철도시설공단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코레일이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코레일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한 ‘철도안전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내용을 봐도 그렇다. 위원회는 철도 안전 전반을 3개월간 점검한 결과 한국형 KTX-산천의 차량 결함과 프랑스에서 도입한 일반 KTX의 부품 노후화에 대한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고 발표했다. 일반 KTX의 경우 부품 노후화 외에도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에 따른 관리 부실이 고장 원인이라고 밝혔다. KTX-산천의 차량 결함과 함께 코레일의 KTX 운영 문제를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고속철 고장·사고가 다 차량의 원천적인 결함이나 선로 전환기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 철도노조의 주장처럼 코레일의 정비인력 감축에 따른 차량과 설비의 정비·관리 부실이 주요 요인일 수 있다.

철도안전위원회나 코레일의 말을 들어보면 KTX-산천은 한마디로 ‘불량품’이다. 코레일이 그런 불량품을 충분한 시험·시운전을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노선에 투입한 것도 문제다. 실제 운행하기 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험·시운전을 제대로 했다면 기술적 문제를 미리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2004년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고속철을 들여오면서 기술 이전료를 아끼느라 핵심 기술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기술적 한계를 잘 알고 있을 현대로템은 지금에서야 결함을 개선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다.

고속철 문제는 결코 대충 넘어갈 게 아니다. KTX 도입은 물론 한국형 KTX-산천 개발과 노선 투입 과정, 경부선 2단계 건설, KTX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가 심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심도 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책임 소재를 가려 엄중 문책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