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사설] 대출규제 핑계로 고금리 장사 나선 얌체은행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9-14자 사설 '대출규제 핑계로 고금리 장사 나선 얌체은행들'을 퍼왔습니다.
은행들이 이달 들어 가계대출을 재개하면서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연간 실질금리가 주택담보대출은 1%포인트, 신용대출은 최대 2%포인트 안팎 높아졌다고 한다. 1억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연간 이자가 100만원가량 늘어나 부담이 상당하다. 고객을 봉으로 삼아 가계대출 규제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난달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규제하자 대출을 일시 중단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에는 대출 억제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췄다. 그 결과 예대금리차가 3%포인트를 넘어섰다고 한다. 약탈적으로 제 잇속만 차린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할 수단이 마땅히 없다며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분위기란다. 어처구니가 없다.
한은이 석 달째 금리를 동결해 시장금리는 떨어졌다. 은행들로선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려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신용평가 기준이나 우대금리 조건을 멋대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고 한다. 또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60%는 거래가 뜸한 양도성예금증서(시디) 금리 기준으로 이자를 내는데, 시장금리의 기준인 국고채 3년물은 떨어졌지만 시디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다. 이는 자금이 풍부해진 은행들이 시디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래를 거의 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시디 금리 연동 대출이 시장금리를 따라간다고 믿은 대출자들만 바보가 됐다. 가계대출 총액이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해 은행들이 갖은 꾀를 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앉아서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 가계부채 위기를 불러왔다. 그 결과 서민들은 고물가와 전셋값 상승 등으로 더욱 쪼들리고 있지만 예대금리차가 주 수익원인 은행들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4대 금융지주회사들은 상반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냈고, 연간 순익이 10조원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은행들이 대출 규제로 돈이 급해진 고객들의 사정을 제 배만 불리는 기회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출 심사는 불요불급한 수요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춰 꼼꼼하게 하고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시켜야 한다. 금융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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