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5일 월요일

[시론]‘PD수첩 무죄’ 판결이 남긴 것


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4자 오피니언 시론 '[시론]‘PD수첩 무죄’ 판결이 남긴 것'을 퍼왔습니다.
지난 40개월 동안 지루하게 끌어오던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공방이 마침내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 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지적한 「PD수첩」의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 대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이유로 검찰이 기소한 「PD수첩」 제작진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PD수첩」이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했으며, 보도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우선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민의 관심이 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를 인정하고 정부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 활동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40개월이나 끌어온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공방은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먼저 이번 사건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2008년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자 농식품부는 명예훼손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활동이나 발언은 언제든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임받아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공무원, 특히 고위공무원의 경우 개인 사생활이 아닌 공무와 관련된 활동과 발언은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검찰의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진에 대한 기소는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이번 「PD수첩」 광우병 편의 법정공방이 남긴 또 하나의 문제점은 보수언론의 친정부적 편파보도 행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노골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던 보수언론들은 「PD수첩」광우병 편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이 발표한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PD수첩」을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PD수첩」이 마치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국민을 선동한 것처럼 아무 근거도 없이 부풀려 보도했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먹거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심층적으로 보도해야 함에도,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오로지 검찰의 발표 내용만을 근거로 오역과 실수를 문제삼아 「PD수첩」을 헐뜯는 보도를 연일 쏟아냈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포기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일 수 없다.언론의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은 국민이 언론에 부여한 신성한 의무이고, 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언론은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쓸모없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PD수첩」광우병 편의 법정공방 사례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언론 자유 후진국임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누리는 자유지수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우리는 언제쯤 어느 누구의 감시와 방해도 받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하고, 쓰고 싶은 글 마음껏 쓸 수 있는 사회가 될까?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내년에는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잘못된 선택이 또다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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