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4 자 오피니언 사설 '[사설]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하는 게 대학의 본분인가'을 퍼왔습니다.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고려대 의대생 3명에 대한 징계가 미뤄지는 가운데 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호소했다. 피해 학생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에 출연해 “사실과 다른 악의적 소문이 돌아 그냥 있어선 안되겠다고 결심했다”며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공개했다. 이 학생은 사건 직후 ‘피해자가 가해자들과 사귀는 사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한 가해자는 의대생들을 상대로 ‘피해자가 사생활이 문란했는지’ 설문조사를 벌였고 가해자 부모는 교수들에게 그 결과를 전달했다고도 했다. 대학에서 벌어지는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다.
일이 여기까지 온 데는 학교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 3개월이 지나도록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의대 학생상벌위원회가 이미 징계를 결정했는데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쪽의 최후 소명을 들어야 하고 총장 승인이 필요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지만 가해자들은 최후 소명까지 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는 사이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지난달 한 교수가 강의실에서 ‘가해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들이니까 잘해주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피해 학생은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에 따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이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도 못된다. 이를 무시한다면 대학이라고 할 수도 없다.
고려대는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일부에선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출교’가 아니라 나중에 복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퇴학’이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려대는 2006년 본관을 점거한 학생 7명에게 사건 발생 보름 만에 출교를 결정한 바 있다. 총장과 교무위원 이름으로 담화문을 내 징계 배경까지 설명했다. 이번 성추행은 본관 점거 시위보다 학교 이미지를 훨씬 더 심각하게 실추시킨 불명예스러운 사건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는 성추행과 성폭행에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회의원들이 성희롱 발언을 한 의원을 구제하는 비뚤어진 동료애를 발휘해 공분을 샀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인권 보호에 앞장서기는커녕 악습을 따라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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