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8 21자 사설 '곽노현 수사, 불구속으로도 충분하다'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그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곽 교육감이 지난해 5월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측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해 사퇴시키고 그 대가로 2~4월에 걸쳐 2억원을 건넨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건네진 돈의 액수가 크고 선거사범 중에서도 후보 매수의 죄질이 중하다는 점, 돈을 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구속돼 있다는 점, 증거인멸 우려 등을 들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곽 교육감이 2억원을 건넸다고 밝힌 만큼 그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다. 곽 교육감 측이 사전에 박 교수에게 경제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곽 교육감 측은 한결같이 선의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 측도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둘러싼 주장이 첨예하게 갈릴 경우 불구속 수사를 통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게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맞다. 또 곽 교육감은 검찰 조사에 충실히 응해온 데다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 불구속하면 구속돼 있는 박 교수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지만 형평성이 불구속 수사 원칙에 우선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사는 이례적으로 영장을 청구한 배경을 설명하며 “(곽 교육감이)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진작 징계위에 회부돼 직위에서 해제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백한 피의사실 공표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한 부적절한 언사다. 또 “곽 교육감을 구속시키지 못하면 앞으로 금권선거와 관련해 어떤 사람도 구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것도 법원을 압박하는 여론몰이성 발언이다.
이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제대로 터잡을 때가 됐다.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검찰이 인신 구속으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더구나 검찰 측은 곽 교육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듯 “재판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다면 더더욱 구속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검찰은 지난 2009년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때 불구속 기소를 한 것처럼 이번에도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마땅하다. 구속수사를 고집한다면 그야말로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오늘 오후 시작되는 곽 교육감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가 불구속 수사 원칙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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