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7자 사설 '이중협약서로 또 하자 드러난 제주기지 건설'을 퍼왔습니다.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지난 2009년 4월 체결한 제주해군기지 기본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가 그제 제주도청에서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국방부 기본협약서의 제목은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관련한 기본협약서’인 데 비해 국토부와 제주도의 협약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관련 기본협약서’로 돼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해군기지 명칭을 고수할 경우 지역여론상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제목이 다른 협약서가 체결됐다고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어제 “문서의 명칭만 달리했을 뿐 합의서 내용은 같다”고 해명했다. 문서의 제목 하나 바꾼 게 무슨 대수냐는 투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문제의 시설이 해군기지인지 관광항구인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양자 간에 아무 차이가 없다면 제목을 왜 바꾸었겠는가. 우 지사도 “당시 지사가 해군기지라는 명칭이 붙은 협약서에 사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목을 제 입맛대로 고친 것도 작지 않은 일이지만 그 이면에 숨은 의도는 더욱 문제다. 주민정서를 고려할 때 해군기지 건설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편법으로 진행하자는 속셈이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할 뜻도 없으면서 제주도민의 여론을 돌리기 위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할 것처럼 시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국방부가 해군기지라는 명칭을 고집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협약서를 비공개로 체결한 것에서도 은폐 의도가 드러난다.
제주 해군기지는 처음부터 절차 무시와 편법으로 얼룩져왔다. 전체 주민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주민을 매수하다시피 한 뒤 전격적으로 사업동의를 결정하게 하는가 하면 편법으로 절대보전구역을 해제했다. 이제 이중 문서 작성까지 드러났다. 사인 간에도 있을 수 없는 이중 문서 작성이 국가적 사업에서 저질러졌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이라고 해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 잘못된 방법으로 체결된 협약서는 무효화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추진되고 있는 해군기지 사업도 전면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협약서를 이중 작성한 이상희 당시 국방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태환 지사 등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적 사업이 이렇게 추진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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