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7자 사설 '‘부자감세’ 철회, 아직 멀었다'을 퍼왔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제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고위당정 협의회에서 추가감세 철회를 결정했다. 내년부터 33%로 인하하려던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5%를 유지키로 했다.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초과’에 대한 세율을 현행 22%에서 20%로 내리려던 것을 중간 과표 구간을 신설해 중간 구간의 세율은 20%로 내리고, 최고 구간 세율은 22%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추후 논의될 중간 구간 과표로 정부는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안을 제시했다.
소득·법인세율 추가감세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야가 한목소리로 철회를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만 홀로 반대해왔다. 감세를 통해 기업투자와 소비를 부추겨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선순환’ 논리가 허구로 판명났음에도 정부는 정책 일관성 등을 내세워 추가감세 방침을 꺾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함에 따라 감세 논리가 더욱 군색해졌음에도 “감세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감세가 이 대통령 경제정책의 ‘상징’이기 때문에 감세철회로 인한 정권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균형재정을 앞당기겠다면서 효과없는 감세를 밀어붙이는 정책적 모순과 정치적 부담을 언제까지 안고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감세철회는 사실 그동안 시간문제로 인식돼왔다.
소득·법인세 추가감세는 철회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기조는 여전하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감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문제가 컸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2~3%의 기본공제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세부담을 의식한 ‘감세철회 보전책’이라 할 수 있다. 이날 추가감세 철회가 결정되자 정부는 기본공제율을 3~4%로 높이기로 했다.
올 세제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마찬가지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관행화함에 따라 여기에 증여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세후 영업이익 기준으로 거래비율에서 30%, 소유지분에서 3%를 공제하는 식으로 과세키로 해 한 해 예상 세수가 1000억원에 불과하게 됐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은커녕 오히려 쥐꼬리만큼 세금 물리고 천문학적인 부의 이전에 ‘합법 도장’을 찍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키로 하는 등 다주택자 세감면 정책도 계속되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이 이날 결정된 감세철회를 굳이 ‘감세중단’이라고 강조한 것도 감세에 집착하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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