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사진마을 2011.09.09 자 '‘마음의 눈’, 보이지 않는 것을 찍었다'기사를 퍼왔습니다.
척추장애 사진작가 이상봉 사진에세이 ‘안녕, 하세요’
사진 가르치는 시각장애 학생들 작품들도 섞어넣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진 비교 호기심, 낯 뜨거워라
이상봉은 세 살 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되었다. 역설적으로 그의 어린 시절 꿈은 운동선수였다. 크면서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인지하게 되었고 꿈도 바뀌었다. 평생 장애인과 함께하는 삶이 그의 꿈이 되었다. 그는 지금 그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상봉은 인천혜광(시각장애)학교에서 25년째 교사로 일하면서 제자들의 부모, 삼촌, 이웃집 형이 되었다.
이상봉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세상과 소통시키고자 제자들의 사진을 수 년 동안 발표해오고 있다. 그들의 사진과 꿈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그와 제자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큐영화 ‘안녕, 하세요’가 만들어졌다. 임태형 감독의 이 영화는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책 서문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사진작가 이상봉의 에세이집 ‘안녕, 하세요’가 나왔다. 책에는 이상봉 작가가 학생들과 나눈 일상의 대화, 학생들에게 사진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사이사이에 이상봉 작가가 찍은 사진, 시각장애 학생들이 찍은 사진, 그리고 작가가 찍은 학생, 학생이 찍은 작가의 얼굴사진도 들어있다. 글과 사진이 맞물려서 이어진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학생들이 찍은 사진이 가장 궁금했다. 과연 시각장애인의 사진은 어떤 것일까? 학생들의 사진은 별도의 구분 없이 불쑥불쑥 이상봉작가의 사진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물론 책 후반부엔 학생들의 사진들만 따로 모아둔 곳이 있다. 지난 4월에 열렸던 인천혜광학교 시각장애인 사진 동아리 ‘잠상’ 사진전의 지상전시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이내 혼란스러워졌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사진과 비장애인의 사진에서 수준차이를 발견하려고 덤빈 내가 부끄러워졌다. 뭐가 다를 것인가. 시력이 멀쩡한 사람들의 사진이라고 해봤자 기껏 수평을 조금 더 잘 맞추고 프레임이 조금 더 깔끔하다는 외형적인 면이 있을 뿐이다. 뭘 찍었고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시각장애 학생들의 사진에서도 뭘, 왜 찍었는지가 잘 나타나 있었다.
책을 한번 더 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또 한 번의 어리석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크게 저시력과 전맹으로 구분된다. 정확한 장애등급까지 따질 일은 아니고 저시력의 경우 어느 정도 편차가 있긴 하지만 아주 가까운 물체를 볼 수 있기도 하고 빛만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전맹은 희미한 빛 한 가닥도 못 본다. 날 때부터 시신경 자체가 없는 경우다. 저시력 학생의 사진과 전맹학생의 사진이 어떻게 다른지 따져보고 싶었다.
또 한 번 부끄러웠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흔들린’ 사례가 많고 수평을 맞추지 못한 사례가 조금 더 많을 뿐 역시 내용 면에선 다를 것이 없다. 사실 시력이 멀쩡한 사람들도 수평을 곧잘 놓치니 뭐 따질 수도 없다.
박카스는 안마다. (책 본문 14쪽~15쪽)현재 혜광학교의 사진동아리 ‘잠상’엔 17명의 중고등학생이 회원으로 가입해있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맹인 학생은 6명 정도. 동아리 형태 이전엔 특별활동부서로 사진부가 있었다. 십여 년 전 초기엔 전맹학생들의 경우 지속적인 사진활동에 거부감이 있었다고 한다. 한두 번은 재미로 셔터를 눌러봤지만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되질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맹학생들도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봉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저시력 학생들이 일대 일로 전맹 학생과 짝을 지어 멘토 역할을 한다. 전맹의 경우엔 반드시 제 3의 눈이 필요한데 특히 사진찍기에서도 중요하다. 카메라 조작법은 여러 번 반복하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나 촬영할 땐 멘토가 촬영분위기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 앞에 같이 앉아 사진의 내용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궁금했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이 맘에 걸렸다. 이 대목에서 이상봉작가는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우선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익숙해지는데 충실하는 것이 목적인 학생도 있다.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사진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멘토나 교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기 작품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연상한다. 그게 반복되고 연결성을 가지게 되면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또 어떤 학생은 자신의 사진을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비시각장애인인) 우리는 어떻게 사진을 찍는가?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고 있지 않는가?
사진을 보면서 뭔가를 떠올릴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는가?
각자의 사진 여러 장에 연결성이나 있는가?
*글을 다 쓰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안녕, 하세요’는 시각장애인용 바코드로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겨레 사진마을엔 그런 장치가 없다. 물론 바코드가 있다고 해도 사진까지 소리로 들을 순 없다. 다만 누군가의 설명을 들으면 마음으로 느낄 순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임희원 학생이 찍은 작품. 희원이는 이 사진으로 2011년 제 24회 전국장애인 종합예술제 사진부문 대상을 받았다.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희원이가 찍은 사진. 아버지는 도망가고 희원이는 쫓아가서 촬영한 사진이다. 둘은 꼭 친구같다.
전맹인 지은이의 멘토인 태경이가 촬영할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만지게 하여 인지시키고 있다. 전맹 학생에겐 눈을 대신하는 또 다른 눈이 필요하다.
사진부원인 다솔이는 다른 친구들이 가까이 하지 못하는 개에게도 거침없이 다가간다. 인천 만수동 괭이부리 마을 촬영때 집 앞에 매여있는 백구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덥석 안고 장난질이다. 결국 백구가 다솔이를 피한다.
이영진
김수빈
노을을 보러 간 땅 끝 전망대에서 온 몸으로 빛을 안고 있는 승원이.
사진부는 6월 정기 촬영으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갔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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