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일 목요일

[사설] ‘성희롱 의원’ 싸고도는 한심한 국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8-31자 사설을 퍼왔습니다.
국회가 어제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재적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반대표가 찬성표보다 23표나 더 많았다. 강 의원이 저지른 성희롱 행위가 의원직을 박탈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우리 국회에 더 많다는 뜻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강 의원은 여대생들을 앞에 두고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남자는 다 똑같다. 그날 대통령도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이다”라는 등 차마 의원으로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래 놓고도 이를 부인하면서 언론에 책임을 돌리다 1심 법원에서 모욕과 무고 혐의가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제명안을 부결한 것은 우리 의원들의 윤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동시에 국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드러내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일부에선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무소속)과 비교해 죄질이 이보다는 가볍다는 주장을 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 의원을 애초 제명하지 않은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이를 이유로 강 의원의 구명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얼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가 좋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을 비롯해 강재섭 대표의 ‘낙지’ 발언, 안상수 대표의 ‘자연산’ 발언 등 유독 한나라당에서 성 관련 추문이 계속 터져나오는 것은 당내 인사들의 성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표결 분포로 보아 이번에 강 의원 제명안을 부결하는 데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가 만들어준 과반 의석을 악용한 오만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강 의원도 더는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스스로 용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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