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사설]가처분 결정을 빌미로 제주기지 강행 마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1-08-30자 '[사설]가처분 결정을 빌미로 제주기지 강행 마라'를 퍼왔습니다.
정부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제주지방법원은 그제 “강씨 등 37명과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는 신청인의 토지와 공유수면에 대한 사용 및 점유, 항행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며 “이 명령을 위반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반행위 1회당 200만원씩을 신청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부와 해군 측은 당장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 현장에 차단막을 설치할 태세여서 공사장 주변이 초긴장 상태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유감스러운 결정이다. 법원의 결정은 해군이 토지를 수용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공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만, 공사장 앞 시위와 공사장 출입 저지는 마을 주민들의 최후의 의사표현 수단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잘못된 절차에 의해 시작된 공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법원이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려는 공안대책 회의를 도운 셈이다. 더구나 경찰은 같은 날 강정마을회와 시민에게 경찰서 앞과 강정마을 일대에 신고한 집회에 대해 9월15일까지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한다고 통고했다. 집단 폭행·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폭력시위를 한 적이 없는 주민들의 집회를 갑자기 폭력집회로 규정해 집회금지를 통보한 것은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결국 법원의 결정과 뒤이은 경찰의 집회 불허로 주민들의 손발이 모두 묶이게 됐다. 국가 안보와 주민의 생업이 걸린 중대 사안에 대해 비폭력적인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게 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법원의 결정으로 해군이 공사를 강행할 법적 권리를 얻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서둘러 공사를 강행한다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사태를 더 키우게 될 게 틀림없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공사 강행에 저항을 선언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법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법에 앞서 주민과 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도 법원이 주민들이 제기한 절대보전구역 변경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각하해 기지 공사가 시작됐지만 주민에 의해 저지당했다. 경찰의 집회 불허 조치도 철회돼야 한다. 주민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강행한 사업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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