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9일 월요일

중국, 세계자본주의의 운명을 거머쥐다 [Cover Story] 세계경제 새 길을 묻다- ① 중국은 소방수가 될 것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안드레아 뵘 Andrea Böhm 정치부 기자
우베 장 호이저 Uwe Jean Heuser 경제부 편집장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오늘 아침 민병대와 시위자들 간에 다시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맨해튼의 은행과 상점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사회보장 예산의 집행을 중단한 이후, 미국 시민들은 소비를 거부하는 차원에서 대도시의 쇼핑몰과 중앙 광장을 매주 점거하고 있다. 
중국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중국의 신용평가사들은 미국 국채 신용을 디폴트 수준으로 강등했다. 미국 정부가 이미 크게 삭감된 국방 예산을 추가로 3분의 1가량 더 삭감하지 않으면 미국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국은 단호히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19일 다우존스 지수(1.57% 하락)와 나스닥(1.62% 하락)이 동시에 하락하는 등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미국의 미래를 그리면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게리 슈테인가르트는 지난해 발표한 소설 (Super Sad True Love Story)에서 미국의 미래 모습을 이와 비슷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미국의 몰락을 묘사한 소설에서 은행 시스템 붕괴를 소재로 삼을 계획이었는데, 소설 집필 중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8월9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진압경찰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킨 청년들을 쫓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소요사태는 미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잃어버린 10년’ 세계가 경험할 수 있는 상황 
2011년의 상황 역시 그의 소설 내용을 현실에서 그대로 답습하기라도 하듯 전개되고 있다. 소설 내용처럼 실제로 지난 7월 셋쨋주에 중국의 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국제적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월5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경제 현실은 소설가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 그리스와 포르투갈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로까지 확대되면서 유럽 전체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유로화의 종말’과 ‘미국의 국가 부도’는 최근 뉴스 지면을 도배하는 주요 이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국가들에 긴축재정을 지시하고 미국을 향해서는 과도한 국가 채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지시와 경고는 주로 아르헨티나, 타이 혹은 가나 등 비서방국가들을 주 대상으로 한 점에서 국제경제의 급변한 상황을 느끼게 한다.
유럽과 미국은 언론에서 그들의 몰락에 대한 보도가 무한 반복되면서, 역설적으로 지금의 재정위기에 오히려 무감각하게 됐다. ‘어차피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히면서 현 재정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각성 효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현재 유럽과 미국의 경제를 위협하는 큰 위험은 바로 ‘유럽과 미국 자신’이다. 이번 위기가 심각한 이유는 유럽과 미국의 위기이자 유럽과 미국의 정책, 그리고 그들 삶의 방식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즉, 이제 그들의 방식이 더 이상 세계경제의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신호음인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인해,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더디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 ‘중국으로의 지정학적 권력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정학적 권력이동은 미국과 중국 간의 양자관계는 물론이고, 유럽의 정치적 미래와 글로벌 위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은 최단기간에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게 되었고, 유럽은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구시대적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과연 다시 헤게모니 세력으로 글로벌 무대에 컴백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한 차례 경기침체를 겪은 미국과 유럽이 2010년만 해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융위기는 지났다고 다들 믿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유럽과 미국은 파산 위기에 놓인 은행들은 구제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재정은 파탄이 났다. 특히 분수에 맞지 않게 국가예산을 마구 써댄 그리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심각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서구 선진국들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위험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경제 거품이 위험한 수준으로 커졌다. 위험천만하게 커진 경제 거품은 2008년 그리스와 영국,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미국과 유럽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감축하지 못하면, 서구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전파된 대공황이 언제든지 쓰나미처럼 전세계를 휩쓸 수 있다. 일본인들은 1990년대 초 거품 붕괴 뒤에 이어진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의 불황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렀지만, 이제부터는 전세계가 함께 겪는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도록 세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합중국의 해외 및 국내 부채는 자유에 대한 대가였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도 미국 재무부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해밀턴이 그렇게 말한 지 200년도 더 지난 지금 미국은 14조달러라는 산더미 같은 부채 위에 앉아 있다. 아무리 부채가 자유와 권력의 대가라 해도, 이제 덩치가 너무 커져 오히려 자유와 권력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쌓여 있는 미국 100달러 지폐 뭉치.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발행하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 저당 잡힌 미국의 자유와 권력
중국은 미국이 쌓아놓은 빚더미의 가장 큰 채권자로 이미 자리잡았다. “당신의 채권자와 어떻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습니까?” 미국과 중국의 양자관계를 빗대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 이 말은 대외비로 분류됐지만, 위키리크스 덕택에 몇 달 전 세상에 공개됐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의 국채는 어느새 1조1500만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개입을 거부했지만, 경제적으로 볼 때 미국 국채 매입을 통해 두 전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꼴이 되었다.
중국이 최대 채권국이 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났다. 외형적으로는 이런 모습이 아직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가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7월16일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물론 중국은 이에 항의했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상징적 대결에 불과하다.
중국과 미국이 상징적 대결을 넘어 실제 대립 구도에 처하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채권국 중국이 이미 칼자루를 쥔 상태다. 대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대만에 대해서는 미국이 사실상 독립성을 보호해주고 있지만 중국은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실제 대립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면, 중국 정부는 미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할 필요조차 없다.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기사 하나면 충분하다. 채무국인 미국은 당장 대만에서 손을 뗄 것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 의사를 더 강하게 드러내면, 미국은 더한 행동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을 위해 힘쓰지도 않고, 중국의 해적 제품에 대해 단호한 대응도 하지 않고, 북한의 핵확산을 막을 의욕도 잃을 수 있다.
역사가이자 미국 외교위원회(CFR) 연구위원인 서배스천 맬러비는 미국 정부에 대해 “‘부채 위에 쌓은 권력은 언젠가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의 재정 적자 위기에 단지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승리자로 행사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중국 내 정치적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 주재한 한 서구 외교관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관료들 중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크게 확대된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내세울 생각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권력의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유럽시장 공략 위한 중국의 당근,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
미국 국채를 대거 보유한 중국은 자신이 강력한 정치적 카드를 손에 쥐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채무국이 몰락하면서 일으키는 불똥이 결국 채권국에도 튄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중국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현재 자국의 안정이다. 중국인들도 점점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을 만큼, 중국의 양극화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승리자가 아닌 구원투수가 됨으로써, 중국 정부는 서구의 적자 문제를 중국 경제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재정 적자 위기는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전까지 높은 비용 때문에 접근할 수 없던 유럽 시장을 재정위기 뒤 저렴한 비용으로 두드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유로화 매입은 중국이 달러 의존성을 낮출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총리와 주석 등이 앞장서서 유럽을 방문해 중국의 유럽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6월 말 10여 명이 넘는 장관들을 대동한 독일 베를린 국빈 방문에서 “위기에 처한 것은 유럽 통화가 아닌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예산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유럽의 재정 적자 위기를 화두로 삼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중국-독일 정부회담에 참석한 중국 쪽의 한 참석자가 “중국은 유럽에서 ‘새로운 제국주의 권력’이 아닌 ‘조력자’로 각인되기를 원한다”고 말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유럽의 조력자로 각인되는 것이야말로 유럽 쪽에서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외환보유고에서 유로 자산 비율을 3조유로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유럽에 약속했다. 불과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중국의 유로화 보유 비율은 지난 몇 년 사이 25%가량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7월26일 한 중국인이 홍콩 외환거래소 앞에 세워져 있는 위안화와 달러, 유로를 배경으로 한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제 중국의 유로 보유고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유로존은 이미 중국에 7천억달러 채무를 지고 있다. 중국 쪽은 유로존의 중국 채무액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재정 적자 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직접투자액을 늘리면서 국채를 더 매입할 것을 약속한 상태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국무총리는 지난 6월 말 국빈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서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 약속을 받은 뒤 벌써 재정위기의 근심에서 해방된 것처럼 기뻐했다. 중국은 이런 직접투자와 국채 매입을 통해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유럽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자국의 안정화와 발전을 위해 예나 지금이나 미국과 유럽을 계속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안도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중국의 처지에서 말하면, 서구의 몰락이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이 서구에 대한 승리자가 아닌 구원투수 구실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이 서구의 구원투수로 나서지 않는 것이 서구에는 차라리 좋을 수도 있다. 인권을 무시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억압하는 정권에 의존하는 것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국무총리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으로서는 절대 달가운 일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대응책은 ‘임시방편’일 뿐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서고, 유럽과 미국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잃게 되는 과정에서 ‘전 지구적 과제 해결’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도 관계자의 우려를 높인다.
독일개발정책연구소(DIE) 디르크 메스너 소장은 올해 초 앞으로 10년 동안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글로벌 개혁 의제’로 친환경적 세계경제로의 전환, 아프리카의 정치적 및 경제적 현대화, 더 강력한 주요 20개국(G20)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유럽이 다가오는 10년 동안에도 계속 힘을 잃게 된다면, 유럽의 소국가들과 중간 규모 국가들은 자국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세계화의 동네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DIE와 밀접하게 협력 중인 남아프리카 국제문제연구소 엘리자베스 시디로포우로스 소장은 “미국 정부와 유럽 국가 정부들이 현재 ‘자아반성’에 여념이 없다는 것을 일견 이해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디로포우로스 소장은 “IMF에서 시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그리고 기후보호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 개혁이 시급한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의 자아반성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전세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지금 어떤 변화를 해야 하며, 기존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할지, 아니면 기존 집을 리모델링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전세계는 서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미국과 유럽이 전 지구적 개혁이 절실한 이 시점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전 지구적 개혁에 관한 의견을 조율할 수만 있어도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는 유럽의 중심국가인 독일 정부가 파트너 국가들이 기대하는 주도적 역할을 도외시하는 탓이 크다. 그리고 독일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 독일의 기민당·기사련의 한 미국통은 “유럽과 미국이 동시에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전략 지정학적 합의라는 것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독일과 미국 사이에 위원회나 기관이라는 것도 없고,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하다.”
미국과 유럽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잠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대대적인 변혁’을 시작하기 위한 이런 조그만 걸음이 미국과 유럽에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대적인 변혁이란 대체 무엇일까?
“2012년 12월1일 속보다. 방금 선출된 공화당 출신의 미국 대통령은 초당파적인 긴축재정안을 오늘 선포했다. 사회보장비뿐만 아니라 국방부 역시 대대적으로 국방비를 감축해야 한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부유층 감세 정책도 철폐됐다. 공화당 출신의 미국 신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기독진보주의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 후보를 힘겹게 이길 수 있었다. 기독진보주의자들은 지난 몇 년간 기독우익 세력의 패권에 치명타를 입혔다. ‘부유층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전혀 미국적이지 않은 이념을 이제는 극복할 때라고 신임 대통령은 외쳤다. 또한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 역시 미국이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기후협약이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국의 장클로드 트리셰 신임 의장이 오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발표한 재정 적자 위기 해결책은 유럽연합 공동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혹독한 재정 적자 축소 방안과 더불어 최소 몇 년간 유로존을 떠나야 하는 그리스를 위한 대대적인 부흥 프로그램이 시작될 것이다. 같은 시각 이탈리아의 신임 총리는 이탈리아도 독일처럼 국가 부채 상한선을 헌법에 명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8월8일 중국의 일간신문들이 일제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그에 따른 세계경제 위기 상황을 전하고 있다(왼쪽). 지난 1월18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 거리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미국이 현재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언젠가 중국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오른쪽).
미국·유럽, 근본 개혁 통해 헤게모니 되살릴까?
이 시나리오는 미국과 유럽이 다시 헤게모니를 가지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다. 다만,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서구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 미국과 유럽의 몰락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앞으로 몇 년 뒤에는 미국과 유럽의 몰락을 다룬 소설이 출판시장에 쏟아져나올 것이다. 이번에는 공상과학(SF) 소설이 아닌 현대문학에서 말이다.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