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0일 화요일

학을 닮은 옛 돌담 길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홀섭기자 물바람숲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경남 고성 학동 돌담길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400년 전통 마을 이어주는 소통의 담장


▲시원스레 뻗은 돌담길
지난 8월4일 통영으로 가던 길목에 국가등록문화재 제258호 옛 돌담길 학동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논틀길을 따라 들어서자 할머니 세분이 느티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길을 물었다. 자상하게 가르쳐 주신다. 돌담장을 향해 걸어갔다. 황토 빛 담장의 흙 내음이 물씬 풍겨 오는 것 같다. 담이란 나와 다른 사람을 가르기도 하지만, 서로가 정겹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돌담과 나란히 달리는 학림천, 물길이 흐르는 곡선 대로 축대를 쌓았다.
특히 이곳의 담은 소통의 담으로 다가온다. 제법 높게 쌓여진 좌우의 담장은 지나간 일상들을 묻어둔 듯 차곡차곡 정돈된 책장처럼 느껴진다.

▲배수구
기록되지 않은 옛 이야기가 돌 속에 알알이 박혀 있고, 담장에 놓인 돌의 두께나 높이만큼 세월이 켜켜이 내려 앉았다. 옛날 이야기가 돌담길을 따라 서려 있어 금방이라도 그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차량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돌담 길이지만 대여섯 명이 걷기에 넉넉하다. 아담한 마을을 보며 편안하고 느린 걸음으로 움직이기 좋았다. 걷노라면 수백 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하다. 마을 안 긴 돌담 길을 걷는 맛이다.


마을 뒤에는 수태산, 앞에는 좌이산이 자리 잡았고 학림천이 마을 앞을 흐른다. 학림천 옆에서 학림리의 지난 세월을 지켜보았던 느티나무 밑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여유롭게 과거와 오늘을 연결시키 주는 이야기를 한다.


이곳의 담장은 수태산 줄기에서 채취한 납작돌(판석 두께 3~6cm)을 황토로 결합하여 층층이 쌓은 것으로 다른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특징이 있다. 건물의 기단, 후원의 돈대 등에도 담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석축을 쌓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학림천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는 서기 1670년경 전주 최씨 선조의 꿈속에 두루미(학)가 마을에 내려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자, 날이 밝아 그 곳을 찾아가 보니 과연 산수가 수려하고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므로, 명당이라 믿고 입촌해 학동이라 이름 지은 유서 깊은 마을로 전해진다.

▲황토를 사용하지 않은 짧은 돌담

학동이란 마을 이름은 학이라는 새가 주는 평화로움과 공동체, 여유로움과 고귀함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을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했던 옛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담쟁이 넝쿨이 옛스러움을 더한다.

선조들의 지혜는 오늘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크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돌담 길은 일상에 이용했던 모든 것은 세월이 흐르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평범한 순리를 거스르지 않았다.

▲학림리 최영덕씨 고가 현판
▲담장 너머로 기와지붕만 보인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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