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31일 수요일

오피니언 [사설]대출 억제 핑계로 금리 올려 배불리는 은행들


이글은 경향 오피니언사설을 퍼온 것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일부 은행이 며칠 전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많은 시중은행이 다음달 1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신용대출 금리를 무려 0.5%포인트나 올린 은행도 있고, 금리인상 계획은 없다면서도 우대금리 적용 중단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금리를 올린 곳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동결된 상태이고 은행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리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려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핑계로 금리를 올려 잇속을 챙기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달 중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 방침을 전달하자 무책임하게도 대출을 전면 중단해 고객들의 원성을 샀다. 이들은 이번에 대출을 재개하면서 가계대출 총액이 줄어들 경우 이자수익도 따라 감소하는 것을 보전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 

늘기만 하는 가계대출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신규 대출 억제나 기존 대출 상환 독려는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진행해 불요불급한 대출 수요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해야지 느닷없이 대출을 중단해 고객을 골탕먹이거나 일제히 금리를 올려 제 배만 불리는 기회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대출이 꼭 필요한 고객이라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므로 결국 사정이 급한 고객의 부담만 키우는 꼴이 된다. 올 상반기에만 10조원의 이익을 내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는 은행들이 이래서는 안된다.

은행들의 얌체 상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출금리 조정주기는 짧게 잡고 예금금리 조정주기는 길게 잡는 식으로 이자를 챙기는 관행이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에 예대마진이 0.1%포인트만 커져도 1조원의 이자부담이 가계에 추가되는데 은행 예대마진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천문학적 규모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배경이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고사하고 과도하게 이자를 챙기는 관행이나 고객을 우습게 아는 태도부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은행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수준을 넘어 ‘약탈적 영업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 소비자는 물론이고 은행 자신을 위해서도 빨리 정신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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