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6일 화요일

[사설] ‘공정사회’나 ‘공생발전’이나 공허하긴 마찬가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8-15자 사설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66돌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을 국정의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환경 보전과 경제 번영,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 국가 발전과 개인 발전이 함께 가는 새로운 발전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듯한 청사진만 제시됐을 뿐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자칫 화려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생발전이란 개념 자체는 시의적절한 목표이긴 하다. 최근 사회 양극화는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적 갈등이 폭발해 공동체 유지가 힘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이 모두 함께 행복해지는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백번 옳다.
하지만 공생발전을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작 내놓은 게 비정규직 차별 해소, 미소금융 확대, 골목상권 보호,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이다.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일 뿐 아니라 그나마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는 것들이다. 앞으로 공생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경축사 내용만으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공생’을 강조하면서 부자 감세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정부 들어 밀어붙인 감세정책으로 인해 2008~2012년 무려 96조원(국회 예산정책처 추정)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 돈은 주로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들의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공생을 하려면 최소한 이들의 주머니를 푸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부자 감세 철회 없는 공생발전은 속 빈 강정일 뿐이다. 부자 감세로 곳간이 비어가는 것은 모른 체하며 재정건전성을 위해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매년 광복절마다 녹색성장(2008년), 친서민 중도실용(2009년), 공정사회(2010년) 등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했다. 나름대로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내놓은 제안들이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제대로 실현된 게 없다. 말로는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편중 인사를 자행하고, 비리투성이 인사들을 고위 공직에 앉혀온 게 이 정부다. 공생발전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