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6일 금요일

엄청난 순익 보장하는 값싼 티셔츠 [Cover Story]H&M 티셔츠의 세계여행 ④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볼프강 우하티우스 Wolfgang Uchatius 기자

말레이시아를 떠난 화물선은 수에즈운하와 지브롤터해협을 지나 독일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매장의 세계’다. ‘돈에 따라 세상이 움직인다’는 고리타분한 옛말이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돈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생각한다면, 이 옛말은 더 이상 고리타분하지 않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돈을 가진 이들은 53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가 아니다. 470억달러를 가졌다고 추정되는 금융투자가 워런 버핏도 아니다. 세계에서 최고 부자라고 손꼽히는 사람들의 부는 런던이나 로스앤젤레스나 두바이에서 길을 걷다 쇼핑몰에 들어가는 수많은 이들이 가진 돈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전세계 인구 20%에 달하는 15억 명이 H&M에서 옷을 사입을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능력이 있다.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세계적 소비계층’이라고 부른다. 이 계층이 가진 재력은 1850억달러에 이른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화려한 H&M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생산은 방글라데시가 했지만 이익은 독일이 챙겨
이 계층들이 있기에 광고업체와 톱모델과 이미지 캠페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계층이 바로 문제가 되는 싼 셔츠를 구입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들은 바로 이 소비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H&M은 왜 생산업체 운영자들에게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라고 했을까요? 왜 여공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라고는 하지 않았을까요?” “H&M은 왜 생산업체에서 행동강령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를 자사만이 시찰할 수 있고, 다른 독립적인 감시 기관은 할 수 없도록 하는 거죠?”
사람들은 왜 커피 한 잔 값 정도로 낮은 가격의 티셔츠를 필요로 하는가? 티셔츠를 사기 위해 커피 두세 잔 값을 지급하는 일이 그토록 힘든가? 커피 두세 잔 값을 낼 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지 않는가?
하지만 세계적인 소비계층은 이런 질문을 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물건을 구입할 뿐이다. 
티셔츠당 4유로16센트가 H&M에 돌아간다. 물건 생산과 운송에 들어간 1유로40센트를 제외하면 2유로76센트가 H&M에 남는다. 그다음 2유로 정도가 매장 임대료와 독일 내 운송비, 판매원이나 회계사의 임금, 광고 및 카탈로그 제작비로 빠질 것이다. 티셔츠 라벨에는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라고 쓰여 있지만, 4유로16센트의 많은 부분이 독일에 남게 된다.

최종적으로 티셔츠당 순익은 60센트가 된다. H&M이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벌을 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싼 티셔츠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H&M은 이런 숫자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의류 전문가들, 예를 들어 롤란트 베르거 컨설팅에서 나온 사람들도 이런 계산이 옳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티셔츠는 이제 H&M 매장에 걸려 있다. 이 매장은 ‘슈피’라고 불린다. 함부르크 슈피탈러 거리 12번지에 있는 H&M 매장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슈피 매장은 독일에서 큰 매장 중 하나다.
점심시간이어서 고객으로 매장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산하지도 않다. H&M이 한산한 적은 없다. 보이지 않는 스피커에서는 팝음악이 흘러나온다. 10대 소녀들이 톱을 몸에 대보고 있다. 점원이 금색 칵테일 드레스를 똑바로 걸고 있다. 점원의 이름은 안네다. H&M에서 성은 필요 없다. 모두 그냥 이름만 부른다. 상사에게도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이 기업은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한다. H&M은 사실상 지구에서 가장 큰 가족이다.
안네는 6개월 전에 대입시험을 치렀다. 그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옷을 사기만 했던 곳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성은 슈미트였다.

한정 제품 구매 위해 새벽부터 줄 선 고객들
안네 슈미트는 H&M이 맘에 든다고 했다. 이 기업은 다양성이 있고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며칠 전 매장으로 프랑스 랑뱅의 수석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특별 컬렉션이 도착했다. 벨벳 정장과 어깨가 뾰족한 재킷 등 오트쿠튀르 의상을 몇십유로에 살 수 있었다. 당연히 수량은 한정됐고,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이 슈피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얼마 뒤 의류생산직 노동자인 나즈마가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공장 뒷마당에서 처음으로 새로 책정된 임금을 받아 세어보고 있다. 그녀는 5천타카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4천타카(약 42유로)를 조금 넘는 돈을 받았을 뿐이다. 
이 의류공장은 월급에서 나즈마가 공장에서 일한 지 3년이 된 해부터 받던 보너스를 없애버렸다. 캄보디아나 베트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두랄브러더스사는 생산비용을 낮춰야 한다. 티셔츠는 앞으로도 계속 싸게 생산될 것이다.
면화 가격 또한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최고 정점을 지났다고 말한다. 과거에 가격이 정점에 있었던 때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면화 가격이 올라가면 세계 곳곳의 농부들은 이 작물을 점점 더 많이 심는다. 미국도 지난해보다 올해에 1.5배 많은 면화를 수출했다. 곧 지나치게 많은 면화가 세계시장에 나올 것이다.
H&M은 티셔츠 가격을 계속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 기업은 대중이라는 막강한 힘에 기초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H&M은 세계에 220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모스크바나 이스탄불에서도, 상하이나 서울에서도 똑같은 티셔츠를 살 수 있다. 매장의 세계는 넓다. 매장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티셔츠가 팔린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H&M이 두랄브러더스사에 티셔츠를 많이 주문할수록 할인율이 더 높아진다. 티셔츠 수량이 많기 때문에 그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싼 티셔츠에 숨겨진 마지막 비밀이다. 사람들이 티셔츠를 많이 사면 티셔츠 가격은 계속 싸게 유지될 것이다.
안네 슈미트가 티셔츠를 손에 들고 있다. 날씬한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고,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를 가졌다. 그녀는 H&M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지만, 단지 하나의 직업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그녀는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게 될지 모른다.
안네 슈미트가 티셔츠의 재질을 만져보고 위를 쳐다보더니 조용히 웃는다. 자랑스러운 것도 즐거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안한 듯하다. 그녀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그녀에겐 단지 티셔츠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점이다. 
ⓒ Die Zeit·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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