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2일 금요일

[사설]금리인상 실기에 물가 고삐도 놓친 한국은행

이글은 경향신문의 2011-08-11 사설입니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연 3.25%의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이달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올리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현재의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올리고 싶었겠지만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금리인상을 강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설사 금리를 올렸다 하더라도 뛰는 물가를 잡는데 이렇다 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최근 있었던 몇 차례의 금리인상이 물가 오름세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초저금리를 정상화하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라 물가 상승을 쫓아가는 ‘뒷북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동결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금리를 올리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다.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대외 불안요인 때문에 사실상 물가 고삐를 놓아버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은의 이런 입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정상화에 실기했다는 지적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끌어내린 초저금리를 거시경제 여건에 맞춰 진작 정상화했더라면 물가는 지금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에도 일정 수준 제동이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금리를 금융위기 이전의 5% 안팎까지 올려놓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동결이 아니라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적극적인 방어조치도 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이 향후 2년간 제로금리를 선언한 데 따른 내외 금리차나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필요성은 더 강조될 수 있는 시점이다.

김 총재는 어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시장은 당분간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뛰는데 물가당국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된 상황’만큼 물가 오름세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도 없을 것이다. 한은이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금리인상을 미뤄온 뼈아픈 실책의 결과다. 금리정책, 재정정책 모두 손발이 묶이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거시경제 운용 여건을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안정, 물가안정을 위한 비상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