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4일 일요일

‘좋은 기업’ 가면 뒤 열악한 노동환경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볼프강 우하티우스 Wolfgang Uchatius 기자

수확한 면화는 배에 실어 운송한다. 면화는 미국을 떠나 바다를 건너 아시아에 도착했다. 호르스트 샴은 아시아에서 비밀을 더 캐낼 수 있다고 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로 가보자.

최저임금 이상이면 된다?


다카의 태양은 스모그 때문에 보라색으로 보인다. 거리와 골목마다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슬럼도 있다. 이곳에 1500만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떻게든 정착하려 한다.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이고, 전세계 옷장을 채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H&M은 다카에 공장이 없다. 이것이 티셔츠의 저렴한 가격에 숨겨진 또 하나의 비밀이다. H&M은 중국이든 캄보디아든 방글라데시든 가장 값이 싼 곳에 제품을 주문한다. 다카에는 3천여 개 의류공장이 있다. 이 티셔츠는 어느 곳에서 만들어졌을까?
바지와 셔츠 외에는 전세계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없는 이 나라에서 가장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의류공장 경영자다. 개발 지원가들이 이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었고, 노조원들은 직접적으로 이들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기자가 찾아갔을 때 그들은 기자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서구 기업의 컨설팅업체 직원인 척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들 중 한 사람이 우리가 추적한 ‘좁은 목둘레의 평범하고 부드러운 티셔츠’가 전시된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티셔츠에는 H&M 로고와 ‘4유로95센트’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4형제가 설립한 이 회사의 이름은 ‘두랄브러더스 유한회사’다. 이 회사의 경영자인 금색 시계를 찬 짧은 수염의 젊은 남자가 말했다. “이곳에서는 매일 미국산 면 50t을 가지고 작업하며, 하루에 티셔츠 12만5천 장을 생산한다. 이 중 절반은 H&M에 팔린다.”
우리가 공장 안을 구경해도 되느냐고 묻자, 그는 컴퓨터에서 파일을 열어 모니터로 보여줬다. “이렇게 보는 것이 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더 낫다.”
자판을 누르자 바이올린과 첼로가 연주되고 동영상이 시작됐다. 오페라 의 아리아가 흘러나왔다. 동영상은 방적기가 어떻게 면화 송이에서 실을 뽑아내고, 또 뽑은 실뭉치가 어떻게 면으로 짜이는지를 보여줬다. 바이올린 연주가 빨라지고 테너가 목소리를 높이자 덜컹거리는 재봉틀이 화면에 등장했다. 여공 10여 명이 티셔츠에 소매를 달고 있다. 여공들은 웃고 있었다.
그 화면 속엔 19살 나즈마는 없었다. 나즈마는 두랄브러더스사의 낡은 재봉공장에서 일한다. 공장 벽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고, 20~30대의 재봉틀이 나란히 탁자들 위에 놓여 있다. 탁자들의 맨 앞줄에는 소매와 셔츠의 앞판과 뒤판이 쌓여 있다. 맨 마지막 줄에는 하얀 티셔츠가 놓인다.

가녀려서 훨씬 어려 보이는 여성 노동자들
나즈마는 재봉틀 옆에 서 있다. 그녀는 작고 말라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인다. 나즈마는 재봉 담당이 아니다. 작은 가위로 실밥을 제거한다. 그녀는 목둘레 바느질을 점검한다. 바로 H&M이 올해 새로 주문한 좁은 목둘레다. 한땀한땀 점검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재봉틀이 놓인 맨 마지막 줄에는 ‘250’이라고 쓰인 판이 붙어 있다. 그것은 1시간당 셔츠 250벌을 그녀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다.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은 적게 마셔야 한다. 물을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다녀오면, 시간당 250벌이라는 목표를 채울 수 없다. 싼 티셔츠의 비밀은 화장실 가는 것을 참아내는 나즈마의 능력에도 감춰져 있다. 
H&M 티셔츠를 생산하면서 몇 달 동안 그녀는 하루 10~12시간씩, 일주일에 6~7일간 일했다. 이 티셔츠는 미국 뉴욕, 독일 함부르크, 홍콩의 H&M 매장에서 팔릴 것이다.
몇 년 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주요 의류회사 매장 앞에서 데모가 일어났다. 이 데모를 통해 의류 생산 공장들의 근로여건이 폭로됐다. 구타와 아동노동 착취 등도 문제가 되었다. 노동자를 동물처럼 대한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이런 데모는 의류기업들의 이미지를 위협했다. 의류기업들은 서둘러 모든 생산공장에 적용할 규칙과 금지 목록을 작성했다. H&M도 행동강령을 발표했다. 아동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고, 화재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H&M의 지속 가능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H&M의 성공에 이바지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책임이 있다. 우리의 하청공장과 그곳 노동자들에게도 말이다”라고 밝혔다.
매일 아침 7시30분, 나즈마는 재봉사 친구 두세 명과 일터로 향한다. 다카의 거리에서 젊은 여성이 홀로 다니는 일은 드물다. 여성이 혼자 다니는 것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고, 구두닦이나 거리의 이발사나 과일을 파는 사람들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숙소 건물. 방글라데시 여성노동자들은 보통 방 하나에 서너명이 함께 생활한다.
나즈마는 방글라데시 북부의 작은 마을 출신이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여자는 일찍 결혼해 아이를 많이 낳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농부였지만, 경작지 규모는 미국 텍사스의 면화 농부 딘 배더먼의 집 거실 정도밖에 안 됐다. 이 정도 농사만으로는 일곱 식구가 먹고살 수 없었다. 나즈마는 의류생산 공장에 젊은 여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봉사라고?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도시에 가서 산다고! 몸을 팔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아버지는 호통을 쳤지만, 나즈마는 도시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난생처음으로 마을을 떠났다.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그녀는 스스로 돈을 벌어 먹을 것도 사고 방값도 내고 립스틱도 샀다. 그녀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당 작업량 못 채우면 호통 소리 들려
의류생산직에 근무하는 나즈마의 일생은 고된 노동으로 이어져 있지만, 다카의 공장이 그녀에게 노동의 고달픔만 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H&M에서 쇼핑하는 젊은 여성들의 자유로운 삶에 조금이나마 다가섰다.
이런 이야기는 H&M 홈페이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H&M이 방글라데시에서 물건을 제작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묘사돼 있다.
이런 글을 읽은 사람들은 ‘강압적인 노동이 금지됐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즈마에게 직접 듣는 얘기는 좀 다르다. 그녀가 시간당 셔츠 250벌의 작업을 끝내지 못하면 누군가가 호통을 친다. 물론 구타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H&M 행동강령’이 발효되면서 나아진 점이기는 하다.
나즈마 같은 여성에게 일거리를 준 H&M이 선한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방글라데시에서조차 하루 1유로의 임금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론이다. 그녀의 월급은 3500타카, 즉 36유로(약 5만4천원)이다. 이 많지 않은 금액도 초과근무 수당까지 포함해서 겨우 도달한 것이다. 계산해보면, 그녀는 고된 초과노동의 결과로 하루에 1.18유로를 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싼 티셔츠의 두 번째 비밀이다. H&M의 행동강령은 노동자의 존엄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노동자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최저임금보다 낮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규정이다.
행동강령은 노동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H&M에 대한 평판도 높여준다. 하지만 이 강령은 오직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만 담고 있다. 얼마나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해서 H&M은 좋은 기업으로 보이면서도 싼 물건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다카의 노동자 임금은 19세기 독일 재봉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H&M의 사업모델은 이 격차에 기초를 두고 있다. 현재의 가격은 19세기 수준의 생산원가가 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수준의 임금으로는 H&M 티셔츠를 살 수 없다. 그리하여 H&M을 통해 세상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티셔츠가 팔리는 매장의 세상이고, 또 다른 쪽은 이를 생산하는 공장의 세상이다.
음악이 잠잠해지고 공장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끝났다. 공장 경영자는 뒤로 몸을 기댔다. 그의 웃음은 어떻게 면화 수확 기계를 발명했는지를 설명하는 딘 배더먼의 자부심 가득한 얼굴을 연상시켰다. “두랄브러더스는 재봉공장 3개와 방적공장과 방직공장, 염색공장이 있다. 공장들이 각각 거리를 두고 세워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분노해 파업 등이 일어나더라도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그의 소원과는 달리, 그런 일이 지난 6월에도 일어났다.
그때 1만 명의 의류생산직 종사자들과 함께 나즈마도 길거리로 나섰다. 그녀는 곤봉 든 경찰을 보았을 때 흥분했고, 또한 무서웠다. 여성 노동자들은 용기를 내어 구호를 외치며 현수막을 높이 들고, 주먹 쥔 손을 쳐들었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라! 우리는 살기를 원한다!”

곤봉 든 경찰, 거리에서 노동자 막아

지난 7월15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어느 순간 돌이 날아왔고, 경찰들은 여성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나즈마는 가까스로 그곳에서 달아났지만, 몇몇 여성 노동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 끔찍한 장면이 사진기자들에 의해 찍혔다. 어두운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빨갛고 노란 인도 정통 의상 사리를 입은 작은 여인들에게 최루가스를 쏘는 모습 말이다.
마지막에는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나즈마는 초과근무 수당까지 합치면 한 달에 5천타카(약 53유로)를 벌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그녀는 집에 좀더 자주 돈을 부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두랄브러더스는 더 많은 생산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완성된 티셔츠를 얼마에 팔아 넘기는 것일까? 공장 경영자는 약 1유로35센트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제까지’라는 것은 면화 가격이 싸고 임금이 낮았을 때까지라는 말이다. 면화 400g을 사는 데 40센트가 쓰였으니, 천을 짜고 재봉하는 과정에 95센트가 지불된 것이다. 이렇게 낮은 금액에 넘김으로써, 두랄브러더스는 H&M으로부터 새로운 재봉틀을 사고 기사 딸린 도요타를 타고 다닐 정도의 충분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H&M은 ‘티셔츠 1장당 1유로35센트’라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호르스트 샴은 담배를 연달아 피우면서 이렇게 저렴한 가격은 방글라데시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방글라데시를 방문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간다. 그는 중국 공장들과 일하기도 하고, 터키 운송업체와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샴은 방글라데시에서는 아무리 비싸다 해도 티셔츠 1벌의 생산가가 1유로40센트보다 높지 않다고 했다. 
샴의 이야기도 ‘지금까지는’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옳다. 면화 가격이 두 배가 되면 누군가가 이 높아진 원자재 비용을 메워야 하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면 누군가가 나즈마에게 새로 책정된 월급을 줘야 한다. 누구겠는가?
임금 상승을 외치다 피범벅이 되도록 얻어맞은 여공들의 사진은 TV를 통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송됐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발표했을 때, H&M은 임금을 올려줄 때가 되었고, 여성 노동자들이 돈을 더 많이 받도록 임금이 상승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당연히 셔츠를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도 받아들였을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쓸모없는 티셔츠
이 발표는 H&M이 계속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 싼 티셔츠는 이후에도 계속 같은 가격일 것인가?
나즈마는 손에 티셔츠를 들고 있다. 그녀는 4층 건물의 축축한 벽에 붙인 침대에 앉아 있다. 함석 칸막이가 방을 가로질러 있다. 칸막이 너머에는 가족 3명이 살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나즈마와 5명의 재봉사들이 살고 있다. 그녀들과 밤마다 부대끼며 잠을 청해야 했다.
나즈마는 손가락으로 셔츠의 목둘레를 훑고 있다. 이 셔츠는 그녀가 하루에 수천 개씩 검사하고 고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눈을 아프게 하는 이 천 조각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별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티셔츠는 방글라데시에서 그다지 사랑받는 아이템이 아니다. 여인들은 사리를 입고, 남성들은 와이셔츠를 입는다. 누구도 좁은 목둘레의 얇은 천으로 된 옷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값싼 티셔츠는 방글라데시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H&M은 이것을 팔기 위해 공장의 세계로부터 매장의 세계로 옮겨야 한다. 
ⓒ Die Zeit·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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