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5일 월요일

4대강 삽질에 사라지는 ‘내성천 모래밭’ / 남종영


이글은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낙동강 준설뒤 물살 빨라져
많은 양의 모래 쓸려내려가
영주댐탓 모래 유입도 줄듯
수질정화기능 약화 불가피
“한 평 사기 운동 통해 보호”

»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은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의 준설 탓에 천혜의 모래톱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 2009년부터 내성천의 변화를 관찰해 온 지율 스님이 10일 오후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주변 습지를 둘러보고 있다.
10일 경북 영주시 이산면 이산리.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에 발을 담갔다. 구르는 모래알이 발등을 간질인다. 고개를 숙이고 보니, 물만 흐르는 게 아니라 모래도 흐른다. 흐르는 모래는 강바닥에 모래무늬를 남기고 있다. 작은 변화는 큰 변화를 이룬다. 강모래는 쌓이고 꺼지면서 여울을 만들어낸다.

내성천은 항상 변한다. 에스(S)자로 흐르다가 일자로 흐르기도 하고 더블유(W)자로 변덕을 부리기도 한다. 내성천 답사를 함께 한 지율 스님이 말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저기 왕버들 나무 앞은 물이 깊어 수영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모래가 들어왔죠.”
내성천의 강모래가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 말 ‘4대강 사업’에 이어 내년 내성천 상류의 영주댐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 남산의 6배가 넘는 3억4000만㎥의 모래(준설토)를 파냈다. 낙동강에 어마어마한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류인 내성천의 물살이 빨라졌다. 예전보다 많은 양의 모래가 쓸려 내려가고 있다.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에선 차도 다니던 광활한 모래밭이 사라졌다. 중하류에서는 1m 가까운 ‘모래 절벽’이 목격됐다. 급류에 침식돼 쓸린 흔적이다. 어릴 적부터 강에 드나들던 이현부(53)씨는 “예전엔 이런 절벽을 본 적이 없어요. 낙동강을 그렇게 파댔으니 내성천 모래가 다 쓸려 내려가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했다.

» 내성천 모래밭 어떻게 되나
오경섭 교원대 교수(지형학)는 “내성천에 유입되는 모래와 유출되는 모래의 양이 같아야 강의 균형이 유지되는데, 지금은 4대강 사업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모래가 빠져나가고 있다”며 “내성천 모래 총량으로 보면 적자 상태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새로 유입되는 모래 양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내성천 상류의 영주댐이 완공되면 모래의 유입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공사를 맡은 수자원공사는 모래를 유통시키는 ‘배사문’을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오 교수는 회의적이다. “영주댐엔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가 생깁니다. 상류에서 온 모래가 호수의 배사문까지 닿을 수 있을까요?”
모래를 빼앗긴 내성천은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지율 스님은 “안동댐과 임하댐 하류를 보면, 물과 모래가 줄어 모래톱이 딱딱한 땅으로 변한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래강 특유의 수질정화 기능도 사라질 전망이다. 강모래의 빈틈에는 미생물이 번식해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공단 폐수로 더러워진 3급수의 금호강이 달성습지를 지나면서 1급수로 회복되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오 교수는 “내성천 같은 양질의 모래강은 외국에선 찾기 힘들다”며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풍화 조건을 갖춘 화강암 지반의 한반도야말로 양질의 모래강이 형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내성천 한 평 사기 운동’을 시작했다. 한 평(3.3㎡)당 5만원을 내면 이 단체가 나서 내성천 주변 땅을 매입해 보호하겠다는 취지이다. 내성천/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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