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9일 월요일

[사설] 2억원이 어떻게 ‘선의에 입각한 돈’일 수 있는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08-28자 사설을 퍼왔습니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주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후보 단일화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교육감 출마 과정에서 많은 빚을 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안타까워 돈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이런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곽 교육감은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곽 교육감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대가에 대한 어떤 약속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럴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당시 단일화는 시민사회 원로들의 중재로 이뤄졌다. 설사 박 교수가 사퇴 대가를 요구했다고 해도 그런 약속이 명문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게 해명되는 건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그 후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단일화 당시 대가 약속이 없었다고 해서 나중에 2억원을 준 것이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선의로 2억원을 주었다는 것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곽 교육감은 개인이 아니라 서울시 교육감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공인이다. 2억원의 돈을 받은 박 교수도 그저 그런 개인이 아니다. 두 사람 관계는 지난해 교육감 후보 선출 당시 경쟁자였다가 한 사람은 교육감에 당선되고 한 사람은 사퇴한 특수한 사이다. 이런 사이에 개인적인 선의로 2억원을 주었다는 걸 누가 수긍하겠는가.
법학 교수였던 곽 교육감이 ‘인정 있는 법’을 내세우며 2억원 지원에 불법성이 없음을 강조하는 것도 구차해 보인다. 물론 실정법을 글자 그대로 현실에 적용할 경우 사회가 너무 메마르고 인간적인 측면이 도외시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약자에게나 적용될 논리다.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고위 공직자에게는 오히려 더욱 엄정하게 법 적용을 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직후 본격화한 이번 수사는 그 착수 시점부터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아 왔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진실’을 밝힌 만큼 이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적 판단만 남은 것 같다. 검찰은 정치적 의도를 철저히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곽 교육감도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야겠지만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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