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5일자 사설 '[사설]김재철 MBC 사장 ‘20억 특혜’ 철저히 수사하라'를 퍼왔습니다.
역대 공영방송 수장 가운데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만큼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바깥의 일반 시민들에게 비난과 질타를 한몸에 받은 이도 드물 것이다. MBC 내부의 ‘좌파 대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큰집(청와대)으로부터 조인트를 까이고 매도 맞았다’는 이른바 ‘조인트 파문’에서부터 사회고발성 프로그램 폐지와 비판적 기자·PD 축출,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프로그램 양산 등 김 사장 취임 이후 저질러진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의 사례는 열거하려면 끝이 없다. MBC를 ‘MB(이명박 대통령)씨’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김 사장이라는 안팎의 비아냥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대행사로 전락시킨 과오로만 해도 이미 몇 번이나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할 김 사장이 이번에는 재일동포 여성무용가 정모씨에게 무려 20억원이 넘는 돈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한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울산MBC 사장 시절인 2005년부터 최근까지 정씨가 출연·기획한 공연 27건을 지원했는데 확인된 액수만 20억3000만원이라는 것이다. 특히 2008년 정씨가 공연기획사를 차린 이후에는 예산내역은 아예 기획사가 결정했고, MBC는 묻지도 않고 돈을 지급했다고 한다. 정씨가 MBC로부터 챙긴 ‘묻지 마 출연료’는 경력 30년 이상의 특급 문화계 인사가 받는 통상 출연료보다도 많았으며, 일본 공연에서는 한류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출연료 5000만원보다 더 많은 8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결국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집행되어야 할 돈이 김 사장과 정씨의 ‘짜고 치는 사기극’의 비용으로 허비됐으며, MBC는 김 사장에게 ‘물 좋은 생선가게’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김 사장은 사내 구성원들과 시청자들에게 백배사죄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 법적 심판을 기다려야 마땅하지만 그의 평소 행태로 미뤄보건대 이러한 ‘상식의 길’을 걷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다면 노조의 고발이 이뤄지는 대로 경찰은 김 사장의 특혜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한 뒤 법에 따라 조처해야 한다. 경찰은 3월 이후 노조가 김 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혐의 등으로 두 차례나 김 사장을 고발했으나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다. 경찰이 지난해 KBS 기자 민주당 대표실 도청의혹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면죄부 발부를 위한 모양갖추기 수사로 일관한다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100일을 훌쩍 넘긴 MBC파업의 해결을 위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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