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8일 금요일

‘MB 돈벌레 공화국’ 잔혹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8일자 기사 '‘MB 돈벌레 공화국’ 잔혹사'를 퍼왔습니다.
[주요한 칼럼] MB이너서클의 썩은 돈과 곽노현의 착한 돈

유쾌, 발랄,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매일 아침 하늘에서 돈벼락이 내린다. 아름다운 황금색 5만 원 권과 싱싱한 배춧잎 색깔의 1만 원 권 지폐가 하늘에서 비처럼 펑펑 쏟아진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돈 다발이 수북이 쌓인다. 누구든지 그걸 필요한 만큼 주워다 쓰면 된다. 단, 욕심을 내서 집에 쌓아두면 곧 악취를 풍기며 썩기 시작한다. 그 날 그 날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써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돈 때문에 싸우고, 죽고, 사기치고, 걱정하는 일이 사라질까? 천만에 말씀! 돈만 보면 환장을 하는 ‘돈 벌레’들, 선천성 ‘돈 밝힘증 변태’들, 돈에 걸신들린 ‘흡전귀(吸錢鬼)’들…. 이런 역겨운 DNA를 지닌 종족들이 이 땅에 엄존하고 있는 한, 온 천지에 매일 돈 소나기가 내린다 해도 이집 저집 돈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할 게 분명하다. 이 미련한 족속들은 먼 옛날 모세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부터 그랬다. 하늘에서 조석으로 일용할 ‘만나’를 내려도, 그걸 굳이 자기 집에 쌓아 두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이래저래 이 세상엔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가실 날이 없다.
아쉽게도 돈 벼락, 돈 소나기는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돈더미 속에 몸을 파묻고 산다. 물불 안 가리고, 밤낮 안 가리고, 불법·편법 안 따지고, 마구잡이로 긁어모은 검은 돈더미 속에 코를 박은 채, 헐떡헐떡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CBS노컷뉴스

싸구려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검은 돈 이야기들이 연일 톱뉴스를 장식한다. 저축은행 회장들이 고객 돈 수천억 원씩을 불법대출‧횡령 하는가 하면, 사립고교 교장 집에서 17억 원의 현금 뭉치가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의 형님 댁 장롱에선 7억 원의 수상한 돈다발이 발견된다.
천박한 ‘돈 벌레 공화국’이다. 권력과 돈이 뒤엉킨 ‘추악한 댄스판’이다. 대통령 절대 권력을 정점으로 지연, 혈연, 학연, 거기에 종교의 연까지 가세한 ‘그들만의 잔치판’이다. 요즘 엽기적 금융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이 속한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MB정권 창출의 컨트롤 타워였던 6인회, 영포(영덕, 포항)라인,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라인, 강부자(강남부자)라인, SKY(서울시, 고려대, 영남)라인….
이들이 누군가? 지난 4년 여 동안 한 국가의 권력과 부를 농단(壟斷)한 ‘MB 이너서클’들이다. 권력을 접수한 순간부터 이 나라를 자신들의 치부(致富)를 위한 수익모델로 삼기 시작한 돈 벌레들이다. 멀쩡한 4대강을 파헤치는 데 22조원을 쏟아 부은 다음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 등이 공사를 나눠 먹었고,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등 초대형 이권사업을 민간자본에 넘긴 배경에는 MB의 조카이자 이상득의 아들인 이지형씨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권말기로 접어든 지금도 인천공항과 KTX, 다른 공기업 등 자신들의 배를 불릴 수 있는 물건은 뭐든지 마구잡이로 팔아 치우려 하고 있다. 나라를 통째로 먹어치우려는 기세다. 아, 역겨운 돈 벌레들. 퉤퉤퉤!
권력은 돈을 부르고, 돈은 부패를 잉태하고, 부패는 재앙을 낳는다. 요즘 MB이너서클의 멤버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이유다. 형님 측근 먼저, 아우 측근 먼저….
한 때 MB도 적(籍)을 두고 있던 소금회의 멤버였던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요 며칠 새 연이어 구속됐다. 김찬경은 5000억 규모의 불법대출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얼마나 구린 돈 이었으면 56억 원이나 도둑을 맞고도 3500만원을 도난당했다고 줄여서 신고했을까. 임석은 고객돈 170억 원을 빼돌리고 1500억 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이상득의 핵심측근이던 박배수 보좌관은 SLS등 여러 업체로부터 10억여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수감됐다. 역시 이상득의 보좌관 출신으로 ’왕차관‘소리를 듣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일 구속 수감됐다. 검찰 계좌추적을 통해 박영준의 형 계좌로 20억 원의 수상한 뭉칫돈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연간 매출 1억 원 규모의 사업을 하는 박영준 형의 계좌에서 나올 법한 규모의 돈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어디 그뿐인가. 'MB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MB의 남자들도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다. 탐욕의 종착역은 늘 ‘큰 집’이다. 국민들은 그 지저분한 검은 돈의 흐름 한 가운데 앉아 있는 MB 형제를 주시하고 있다. 과연 ‘돈벌레 공화국’의 ‘MB 이너서클 잔혹사’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그렇다고 세상에 돈 벌레들만 우글거리는 건 아니다. 착한 기부천사들도 널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은 이제까지 무려 280억 달러(약 32조원) 이상을 사회에 내놓았고, 워렌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사망할 때까지 310억 달러(약 35조원)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환 투기꾼으로 욕을 먹는 조지 소로스조차 72억 달러(약 8조 2000억 원)를 내놓았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은 지진 피해 지역 이재민을 돕는 데 100억엔(약 1310억 원)을 쾌척했다. 은퇴할 때까지 소프트뱅크 사장 자격으로 받는 연봉 1억8000만 엔도 전액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나라에선 얼마 전 안철수 교수가 1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달이 몇 천원, 몇 만원씩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이름 모를 장삼이사들도 부지기수다.
돈은 두 얼굴을 한 야누스다.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가면 악마로도 변하고, 착한 사람 손에 들어가면 천사로도 변한다. 그래서 때론 양쪽 사이에서 엄청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그런 무시무시한 오해를 사고 있는 경우다. 선의의 부조금 2억 원이 교육감 선거 상대 후보를 매수한 검은 돈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선거 빚에 쪼들려 위기에 빠진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를 살리고자 건넨 돈이었다. 이로 인해 곽노현은 1심에서 벌금 3000만원, 2심에서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창 기세를 올리던 서울교육 혁신까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돈 때문에 빚어지는 'MB 돈벌레 공화국‘ 잔혹사의 또 다른 일면이다.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곽노현에게 던져지는 여러 가지 의혹 중 가장 빈번하게 던져지는 질문;“2억이나 되는 거액을 정말 아무런 대가 없이 줄 수 있어?”
사회통념으로만 판단하면 그 대답은 “노”다. 그러나 곽노현의 지난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본 후 다시 똑같은 질문을 접하면, 그 대답은 금방 “예스”로 바뀐다. 사건이 불거진 이후 곽노현의 선행을 증언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곽노현이 과거에도 몇 차례 억대의 부조를 했고, 지금도 매년 3000만 원 안팎(소득의 15% 정도)을 기부하면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충북 청산에서 피정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베드로와 루시아 부부가 판사에게 보낸 탄원서에 따르면 곽노현은 1997년 무렵 은퇴하시는 신부님과 그 신자들을 위해 충북 청산에 7000여만 원의 돈을 들여 피정의 집을 마련해 주었다. 지금 돈으로는 억대를 훌쩍 넘기는 가치의 돈이다. 신부님께서는 사정상 청산으로 오지 않으셨지만, 그 집은 지금도 베드로와 루시아 부부의 손에 맡겨져 어려운 이웃과 영혼의 휴식을 위한 피정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곽노현은 또 1990년대 초반 친구의 선교활동을 돕기 위해 1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선뜻 구해주기도 하였다. 그것도 자신의 수중에 지니고 있던 돈을 내 준 것이 아니었다. 착한 일을 하는 친구를 돕자며 아내에게 부탁을 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친정에서 돈을 구해와 마련한 돈이었다고 한다. 곽노현의 이런 선행은 1심과 2심 재판을 통해 모두 인정된 사실들이다.
정의로운 시민이라면 마땅히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만일 곽노현의 2억이 정말로 순수한 부조였다면?”
용기있는 판관이라면 마땅히 이런 판결을 내려야 한다.“열 명의 진범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 곽노현은 무죄다.”

만물은 햇빛을 받지 않으면 썩는다. 돈 벌레들이 장롱속이나 금고, 뱃속 깊숙이 쟁여놓은 돈다발이 부글부글 썩으며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다. MB 집권이후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검은 돈의 음모들을 백일하에 드러내야한다. 탐욕스런 돈 벌레들은 마땅히 박멸돼야 한다. 그러나 옥석구분(玉石俱焚)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MB이너서클의 검은 돈과 곽노현의 착한 돈은 반드시 분별돼야 한다. 잡석 속에서 옥을 골라내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주요한·언론인 |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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