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사설 '[사설] 한-중 FTA, 실제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를 퍼왔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3대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기대보다 불안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한-중 에프티에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의 에프티에이보다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이 훨씬 더 클 뿐 아니라 시기도 적절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시점에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부터 그렇다. 우리 정부는 두 나라가 이미 7년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부에서 체결된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유럽연합과는 에프티에이 체결 뒤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었고, 미국과의 에프티에이도 발효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수출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됐다. 거대 경제권과의 에프티에이 체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둘러 협상 개시를 선언한 것은 유감이다.
더욱이 한-중 에프티에이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은 괴멸 상태에 빠지게 될 게 뻔하다. 국산 곡물류나 과일·채소류의 값이 중국보다 5~7배나 비싼 상태에서 중국산이 밀려들어올 경우 국내 농업 기반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민감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감축기간 연장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농업 파탄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쭙잖은 피해대책 몇 개 내놓고 농심을 달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가 농민들과 충분한 대화 없이 한-중 에프티에이 체결을 밀어붙이려 해선 안 된다.
협상 개시를 선언했더라도, 구체적인 협상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기간에 협정 체결로 직간접 피해를 보게 되는 국내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한-미,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체결 과정에서는 국내 업계의 실태와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없다.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국내 업계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꼼꼼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실질적인 협상은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의 정책과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 정부는 온갖 비리사건에 휘말려 국민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국민 신뢰를 잃은 정부가 추진하는 협상은 동력을 받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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