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레프트21 2012-05-03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에 관한 우리의 요구'를 퍼왔습니다.
이 글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의 부정 의혹에 관해 '노동자 연대 다함께'가 5월 3일 발표한 성명서다.
5월 2일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는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거를 “선거 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ㆍ부정선거’로 규정”했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수차례 프로그램 수정이 있었던 것은 마치 오프라인 투표에서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의혹을 자아냈다. 동일 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졌는데 그중에서는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도 확인됐다. 현장투표와 관련해서도 “조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도 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특히, 앞서 진행된 청년비례대표 투표 과정에서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개선되지 않고 오류를 반복한 것은 단순한 실무착오나 기술적 문제 수준을 넘은 심각한 선거 관리 부실 사례라 하겠다”고 밝혔다.
비례후보 경선이 이렇게까지 부정으로 얼룩지게 하지 않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했던 김지윤ㆍ조성주ㆍ이윤호 후보가 경선 직후 문제를 제기했으나, ‘당권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요컨대, 이 선거는 정당성과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같은 기성 정당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부패와 타락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특권 부패 정치구조 척결”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13석을 얻어 제3당으로 부상한 통합진보당이 부정 선거로 진창에 빠진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썩을 대로 썩은 새누리당한테서까지 “민주주의를 유린한 부정 경선 사태”라고 공격받는 고약한 상황이다.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의 원흉인 기성 정당과 우파 언론들이 통합진보당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매우 역겨운 일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생겨난 오점이 이런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매우 불길하게도, 검찰까지 통합진보당에 개입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문제를 결코 해결해 주지 못한다. 그렇기는커녕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 것이다. 검찰의 목적은 결코 통합진보당 내 민주주의와 쇄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권파가 검찰 수사를 빌미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고 버틸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 수사를 분명하게 반대한다. 통합진보당의 부정 선거 문제는 법률적 조처가 아니라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러면 일단 통합진보당이 과감한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다음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먼저, 순위 경선에 참여한 비례후보들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 순위 경선 자체가 “총체적 부실ㆍ부정 선거”였다.
따라서 청년비례 김재연 당선자를 포함해 당선자들은 물론이고 순위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모두 부정을 저질렀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그래서 일부 후보들은 사퇴 요구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선거 자체가 부정이라고 판명난 상황이기 때문에 당선권 밖에 있는 후순위 후보들이 승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둘째,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권파의 리더인 이정희 공동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
당권파는 총선 전부터 당 안팎에서 제기된 합리적 문제제기와 정치적 경고를 무시하고, 다수파의 지위를 이용해 “정파적 권리를 확보”하려다 이번 사태를 만들어낸 것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정희 대표 자신이 “가장 무거운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심상정ㆍ유시민 공동 대표는 이번 문제를 사전에 얼마나 인지했었고 관여했는지 정확치 않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가 부패한 기성 체제를 위로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하자는 온건한 개혁주의라는 점은 분명하고, 이 때문에 그들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셋째, 전략ㆍ영입 명부 당선자 중 정진후 당선자도 사퇴해야 한다.
정진후 씨 문제는 물론 이번 부정 선거와 직접적 관계는 없다. 그러나 정진후 당선자는 전교조에서 성폭력 사건 은폐ㆍ축소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대폭 감경하는 과정에 은밀히 일조했다. 사실상 성폭력 사건 은폐ㆍ축소자들의 편에서 그 사건을 축소하는 데 음험하게 동참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는 진작에 통합진보당의 정진후 씨 비례후보 영입를 반대하는 요구가 강했다.
넷째, 이번 부정 선거 사건에 실무적 책임이 있는 사무총국은 전면 물갈이를 해야 한다.
진상조사위는 “사무총국의 당원 관리(입ㆍ탈당 및 당권 인정 여부) 부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관리 능력 부재로 인해 총체적 부실ㆍ부정 선거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당권파 계열의 당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무총국을 놔둔 채 상층 지도부 일부만 교체된다면, 진보적인 노동 대중은 통합진보당의 변화 의지를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당권파는 진상조사위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권파인 이의엽 4ㆍ11총선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은 "조사위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공동대표와 논의한 결과라고도 했다.
당권파는 둔감하다 못해 부끄러움도 모르는 것 같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스탈린주의 정치가 어떻게 정치적 타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당권파의 스탈린주의는 현실 정치에서는 위로부터의 점진적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병폐를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는 개혁주의 정치로 기능한다. 그래서 당권파는 ‘원내 교섭단체 확보’라는 의회주의적 목표를 위해 당내 절차를 무시해가며 참여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인 바 있다. 또,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된 자당 예비후보들을 자기 정파 후보의 당선을 위해 ‘용퇴’(강제 사퇴가 더 정확한 말이다)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선거 승리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부차적이라는 관념이 당권파의 정치적 방향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부정 선거에 대한 당권파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아집은그들의 정치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요구는 정말이지 최소한의 것이다. 당권파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과연 민주당의 사이비 ‘진보’ 정치와는 다른 제대로 된 진보 정치, 진정한 진보 정치를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보적 노동 대중의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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