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일 목요일

당장 내일 일정조차 모르는… 무늬만 조사단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03일자 기사 '당장 내일 일정조차 모르는… 무늬만 조사단'을 퍼왔습니다.


ㆍ미 측이 정해주는 대로 움직여

광우병 소 발견으로 미국 현지를 방문해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을 점검하고 있는 민관 현지조사단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국민의 관심사지만 정작 조사단은 당장 내일 어떤 일을 하게 될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조사단의 조사활동에는 10여개 한국 언론사 현지 특파원들이 동행 취재에 나서고 있다. 조사 내용은 조사단이 귀국한 뒤 종합·발표할 예정이어서 미리 공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용은 고사하고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는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아직 일정이 확정이 되지 않아 조사단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조사단이 이번 조사에서 방문할 시설은 모두 미국 측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곳이다. 미국 측이 해당 시설의 상황을 파악해 일정을 확정한 뒤 한국 측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조사단은 방문 일정이 확정되는 시설부터 먼저 갈 수밖에 없다. 

조사단과 함께 움직이는 정부 관계자는 “미 농무부 측이 해당 시설과 먼저 접촉해 방문 동의를 받은 뒤에 일정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일정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정해주는 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조사단이 묵을 숙소조차도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1일 밤 아이오와주 에임스에 도착했다. 조사단은 이곳에서 미 농무부 산하 국립수의연구소(NVSL)를 방문한 뒤 2일 밤 캘리포니아주로 이동해 도축시설·사육농장·사료 시설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에서 어디를 먼저 가게 될지는 출발 하루 전인 1일에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조사단은 광우병 연구에 권위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 분교를 방문하기 위해 새크라멘토로 갈 계획이지만 만약 다른 시설 방문 일정이 확정되면 그곳을 먼저 갈 수도 있다. 취재진은 조사단이 공항에서 어느 도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지 확인한 뒤 따라가야 하는 실정이다.

미국 측이 보여주는 곳만 갈 수 있다는 것은 조사단이 갖는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조사단은 역할은 현지에서 미국 측의 설명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이를 국내에 충실히 전달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조사단이 귀국 후 어떤 내용의 보고서를 내더라도 미국 측의 해명을 요약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고 ‘국민불안 해소’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신모 특파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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