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3일자 기사 '‘하도급 횡포’ 삼성전자 과징금, ‘물타기’ 나선 언론'을 퍼왔습니다.
[경제뉴스톺아읽기] 공정위, 불공정 하도급 2만여건 적발
“삼성전자에 전자 부품을 공급하던 A업체는 2년 전인 2010년 초 삼성전자 구매 담당자로부터 ‘제품 생산 계획이 축소돼 부품 발주를 취소했으니 동의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 업체는 이미 제품을 모두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호환이 안 돼 다른 기업에 대체 납품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동의를 하지 않고 계약대로 납품을 받아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지만, 거래 관계가 끊길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해줬다. 삼성은 며칠 후 다른 부품으로 대체 발주를 해줬다. 하지만 주문 금액이 원래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해 이 기업은 결국 수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전한 23일자 조선일보 경제면 2면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주 취소는 철저히 거래 기업의 동의를 전제로 이뤄졌고, 협력업체 가운데 피해를 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공정위와 삼성전자 중에서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공정위가 삼성전자가 협력업체에 발주한 부품 계약을 납품일이 지난 뒤 취소하거나 물품을 늑장 수령한 혐의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16억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부당 발주 취소’에 대해 과징금을 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자 한국일보 17면.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8년 1월~2010년 11월 협력업체와 휴대전화, TV 등 150만 건의 부품제작 위탁계약을 한 뒤 생산물량 감소나 제품모델 변경을 이유로 이 중 2만8000건(1.9%, 151개 사업자)을 납품일이 지난 뒤에 취소하거나 물품을 늦게 받아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계약을 뒤늦게 취소하거나 지연 수령한 물품 규모는 763억1700만 원(발주 취소 금액 643억8300만 원)에 달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삼성전자 구미, 수원, 광주 사업장 소속 사업부가 발주 취소로 적발됐다.
공정위 정창욱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러한 발주 취소는 삼성전자의 생산물량 감소, 자재 단종, 설계 변경 등의 사유로 이뤄졌기 때문에 수급업자의 책임이 없는 위탁취소”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전국단위 아침신문과 경제지 대다수에 실렸다. 주목되는 점은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전자와 관련된 이번 사안을 접근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이다. 대다수 언론은 공정위와 삼성전자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해 이를 보도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삼성 때리기’라며 삼성전자의 해명을 대대적으로 부각해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작 문제의 핵심인 하도급의 실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삼성전자 주장이 합당한지 따져보는 언론은 많지 않았다.
23일자 아주경제 12면.
대표적으로 대조되는 보도는 조선·한겨레 보도와 아주경제·한국경제 보도였다. 아주경제는 12면 기사에서 기사 첫 문장을 “삼성전자가 하도급 업체에 위탁한 주문을 부당하게 취소하거나 물품 수령을 늦췄다는 이유로 16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고 썼다. 공정위가 이 같은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는데도 삼성전자를 ‘주어’로 해 보도를 한 것은 이례적인 보도 방식이다.
아주경제는 이 기사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 수준의 공급망관리체계를 갖추고 있고 △발주 자재 대금을 모두 지불하고 있고 △발주 취소 비율은 글로벌 선진 기업 수준인 1.4%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한국경제는 9면 기사에서 지난해 삼성전자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해 지난 3월 과태료를 받을 것을 예로 들며, 이번의 과징금에 대해서 “전자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괘심죄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음모론적 해석을 하기도 했다.
23일자 한국경제 9면.
정말 그럴까. 공정위가 밝힌 보도자료에 보도하는데 머물지 않고 후속 취재를 한 조선과 한겨레의 판단은 달랐다. 조선은 경제면 2면 기사에서 “삼성과 거래 관계에 있는 A업체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아무리 재발주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원래 계약이 지켜지는 것과 비교하면 각종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며 삼성전자 주장을 반박하는 협력업체 입장을 확인했다.
조선은 “공정위는 또 발주 취소에 대한 거래 기업의 ‘동의’가 사실상 암묵적인 강압으로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며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에서 어쩔 수 없이 동의를 한 기업들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삼성전자 주장과는 상반된 협력업체쪽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대기업의 납기 이후 발주 취소는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재고 부담을 중소기업한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1차 협력업체한테 부당한 발주 취소를 하면 1차는 2차에, 2차는 3차에 그 부담을 떠넘기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했다.
23일자 한겨레 6면.
또 다른 협력업체 사장은 “외국 업체가 부품 주문을 할 때는 납기를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주면서 한달치 물량의 구매를 보장하고 나머지 두달 물량도 70~80% 정도 책임지는 반면 삼성은 납기가 1~2주로 짧고 이 기간의 생산물량만 구매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단적으로 삼성전자는 부당한 발주 취소를 통해 재고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겨온 내부 자원관리시스템(ERP)을 2010년 12월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납기 이후 발주 취소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존 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시인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2010년 9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많은 대기업들이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았지만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구축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먼 현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감정적인 ‘삼성 괘심죄’, ‘삼성 때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17면 기사 제목을 이라고 꼽았다.
한편, 중앙일보가 경제면 7면 기사 등으로 대다수 언론들은 공정위와 삼성전자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이번 사안을 보도했다.
최훈길 기자 | chamnamu@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