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8일 금요일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7일자 기사 '구 당권파들의 위험한 '언론관''을 퍼왔습니다.
[기자수첩]아직도 '언론의 피해자'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그들

진보는 지금 위험에 처해 있다.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 일컫는 어떤 종파적이고 수구적인 당권파가 아지도 진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는 마치 자신들만이 진보의 가치를 수호하고, 정당정치의 원리를 사수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모두는 그들이 진보의 가치를 짓밟아도 너무 짓밟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자 ⓒ연합뉴스
통진당 구 당권파가 어떤 집단인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조중동 등 보수세력의 공격처럼 그들이 과거 주사파였고, 현재도 종북론자일지 모른다는 것은 그들을 설명하는 '본질'이 아니다. 그들이 현재까지도 사상적으로 그러한지를 확인하기도 쉽지않다.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그러할 것이란 단정은 위험하다. 설령,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한들 사상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용성 또한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적 작동원리이다.
그들의 진짜 문제는 구 당권파로 집약되는 일군의 조직들이 한국 사회가 도달한 민주주의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넘어 '동행' 자체를 회의케 할 정도란 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는 것은 함께 납득할 상식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얘기의 다름 아니다. 그게 진짜 문제다. 더욱이 이들은 지금 진보를 대변해 의회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런 이들이 의회에 진출한다면 그건 자체로 진보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자, 반 가치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현재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이들의 ‘언론관’이다. 언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과 대처는 현재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구 당권파가 보호하고자 하는 실체이자 경기동부연합의 이데올로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는 “이번 사건의 본질 중 하나가 진보당에 대한 색깔공세와 부정의혹으로 야권연대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음모”라고 규정했다. 음모 주체는 “보수세력”인데 언론이 이러한 음모에 대해 “사실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소설을 쓰며 일방적으로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다”고 개탄한다. 이 당선자는 이번 사태가 “언론의 엄청난 폭력”이란 입장이다.
청년 비례 대표로 당선된 김재연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유시민 대표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현재의 상황이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됐다”는 시각과 함께 “‘총체적 부정, 부실’이라는 딱지를 붙인 진상조사결과가 보고서도 없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을 때, 제 자신이 얼마나 순진했었는지 명백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은 구 당권파의 핵심으로 성남 중원에서 당선된 김미희 당선자 역시 마찬가지다. 김 당선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논란에 대한 입장’이란 논평에서 “모든 언론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 없이,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발표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통합진보당을 부정선거당으로 규정했다”고 규탄했다. 김 당선자는 특히, 당권파에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다수인 상황에 대해서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 입장 때문에 양심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며 기자 개인의 양심과 언론의 기사가 다르다는 과감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구 당권파의 일원인 김선동 당선자 역시 ‘풀이 살아났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황을 왜곡했다”며 책임을 기자들에게 돌렸던 바 있다.
통진당 구 당권파 인사들의 ‘언론관’은 자신들이 ‘언론의 피해자’라는 점을 굳건히 믿는 태도로 요약된다. 이 강고한 피해자 논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진보언론마저 거침없이 고소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보기에 지금 언론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전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비양심적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대항하는 자신들은 사실을 알고 있는 박해자, 양심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정서적 맥락이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언론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곧 그들이 자신들 너머의 세상을 적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구 당권파는 지금 같은 당에서 함께 정치적 전망을 꿈꾸었던 이들도 적개하고, 당 밖에서 그들을 지원했던 세력에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란한 건 그들에게 200만 표를 주었던 유권자 전체를 사실을 모른채 선동당하고 있는 존재들로 묘사하고 있단 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여전히 현재의 상황이 자신들을 탄압하기 위한 ‘보수세력의 음모’일 뿐이다.(그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한 당원은 그래서 보수 세력의 ‘세작’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은 ‘조중동의 언론플레이’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준호 위원장은 조중동 기자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검증은 오로지 자신들 혹은 당원들만 할 수 있는 것인데, 언론이 양심을 버리고 상황을 왜곡하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정신적 착란에 가까운 이 언론관의 근거가 되어주는 것은 ‘당원’이다. 구 당권파의 세계관에서 ‘당원’은 언론과 언론이 비추는 세상을 대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구 당권파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주체는 오로지 ‘당원’뿐이라고 말한다. 진조위 보고서가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 모두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며,(이건 최소한의 인과도 되지 못한다) 언론의 비판이 사실이 아닌 이유도 당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들은 당원 인식 전수조사라도 한 것인가?)
이들에겐 오로지 당원만이 ‘절대정신’이고 무오류의 화신이다. 이들은 유난스럽다고 할 정도로 당원의 의미와 결정을 강조하며 언론을 부정한다. 이석기 당선자는 사퇴 여부에 대해 “현재, 국민들은 정확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팩트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유일하게 당원들에 의해서 직접 선출된 후보인 만큼 당원들 의사와 요구“에 따라서만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당선자 역시 지금의 상황이 자신보다도 ”진보정당의 당원들에게 얼마나 가혹할지“를 염려하는 지경이다.  
언론을 자신들을 괴롭히는 ‘적’으로 규정한 채, 오직 ‘당원’만이 사실을 알 수 있고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들의 세계관은 정말 위험하다. “당원의 순결성을 자신들의 권력 기반으로 삼는 것”은 “패권적 엘리트주의의 또 다른 가면”이라는 것에 대한 합의가 끝났던 것이 벌써 수십 년 전의 일이다. 구 당권파의 문제는 표찰로 의사를 대리하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실제 사고가 여전히 아주 오래 전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데 있다. 언론이 지금 벗기려고 하는 건 이들이 위장하고 있는 언론관 그리고 세계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 가면이 벗기는 게 당장에 진보 진영에 불리하고, 상황적으로 또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밀어내는 것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가면을 끝내 벗겨내지 못한다면, 우린 또 오랫동안 진보적 사회에 대한 진보적 전망을 실현하는 진짜 진보적 절차를 유예해야 할 것이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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