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7일 월요일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


이글은 시사인 2012-05-07일자 기사 '“쇠고기 수입중단해도 미국 이의제기 못해”'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또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는데도 한국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국제법·국내법상 잠정적 수입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는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검역단을 미국에 파견할 것도 공언했다. 그런데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지난 4월24일 미국 농무부가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 소를 발견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수입 즉각 중단’도 ‘검역단 파견’도 이행하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 간부는 브리핑에서 “국익을 생각해봤을 때,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을 바꿨다. 덕분에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등이 수입금지 조처를 않기로 한 것에 고맙다”(4월25일,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라고 감사 인사도 받았다. 그런데 과연 ‘미국 광우병 소 발견’이라는 사태를, ‘말 바꾸기’와 ‘공치사’로 고만고만하게 넘겨도 될 것인가. 은 4월26일 통상 전문 송기호 변호사(수륜법률사무소)를 만나 여러 논쟁점에 대해 물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결론부터 말해달라. 정부는 무엇을 해야 마땅한가.광우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높은 수준’의 위험이다. 동시에 ‘통제하고 관리할 수단이 사실상 없는’ 위험이기도 하다. 이 위험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그 나라 가축의 사육 및 도축 과정에 있는 어떤 결함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잠정적 중단이다.


ⓒ시사IN 윤무영 송기호 변호사(위)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국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을 기피하는 이유는 뭘까. 그 절차가 대단히 복잡한가.아니다. 아주 간단하다. 정부가 그냥 ‘고시’하면 된다.우리 정부도 ‘광우병 소 발견’ 직후에는 ‘검역 중단’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국익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2008년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의 내용과 취지에 따르면 ‘검역 중단’은 너무나 당연한 조처다. 당시 합의 사안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한국은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검역 중단을 돌연 취소한 것은 정부 내부에서 뭔가 복잡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번 광우병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전파될 수 있는지 등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이런 과학적 증거가 없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과학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규명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그동안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제법상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는 ‘입수 가능한 정보’를 근거로 잠정적 수입 중단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바로 WTO 위생검역협정 5조7항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 대처하라고 만들어놓은 조항이다. 그리고 지금 ‘입수 가능한 정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제법 차원에서 봐도 수입 중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그렇다. 미국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주장하는 수입 중단은 ‘잠정적’인 것이지 ‘항구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단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서 광우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 가능성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이 충분히 회복된 다음 수입을 재개하면 된다. 물론 이미 수입되어 검역 창고에 있는 물량에 대해서는 수입 중단이 풀릴 때까지 묶어둘 수밖에 없다.국내법에서도 수입 중단의 근거를 찾을 수 있나.예컨대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있다. 이 법 32조2항을 보면,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여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008년 봄, 촛불시위를 통한 국민적 문제 제기 덕분에 만들어진 항목이다. ‘촛불 조항’으로 불러도 된다. 정리하면 국제법으로나 국내법으로나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명박 정부가 위험한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수입하겠다면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 정도로는 안 된다. 적어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뉴시스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서울의 한 마트.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낸 적도 있다.당시 촛불시위가 대대적으로 전개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이 스스로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한·미 정부의 합의 때문이었다. 이로써 노무현 정부 때까지 가능했던 수입 중단이 불가능해졌다. 한마디로 국권을 박탈당한 셈이었다. 이로 인한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한 결과가 바로, 아까 말한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이다. 그리고 ‘부칙 6항’을 대대적으로 알려 ‘촛불을 끄기 위한’ 수단이 그 광고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 광고는 단순히 정부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국민의 갈망과 이를 반영한 국제·국내법적 배경이 대단히 강고하게 깔려 있다.이명박 정부가 검역·수입 중단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국 국회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회가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상임위를 시급히 소집해서 정부가 법령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이유를 추궁하고 결의안을 내야 한다.

국제 교역·투자 등 부문에서 분란이 잇따른다. 광우병 사태나 지하철 9호선 요금 50% 인상 시도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 발효로 이런 일이 앞으로도 빈발할 것이라는 예상인데, 국가적차원에서 세울 대응 원칙이 있다면.일차로는 개방과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가 자유롭고 정당하게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제출하고 합의할 권리가 법률상 보장되어야 한다. 지금은 외교통상부가 마치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찔끔찔끔 의견을 묻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제출과 합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그 다음 협상 프로세스로 넘어갈 수 없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국회가 국제 협상의 결과를 사후 추인하거나 기각할 수 있을 뿐이다. 즉, 통상 부문에서는 국민의 대의기구도 아닌 것이다. 앞으로는 국회가 협상 개시 여부에서부터 의견을 제출하고 결정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상 관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료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현행 통상절차법에서, 한국은 상대국(예컨대 미국)이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개악된 통상절차법이 이번 한·미 FTA 날치기 과정에서 함께 통과되었다. 이런 악법을 폐지하고 국제통상 부문에도 민주주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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