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일 목요일

[사설]통합진보당은 진정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02일자 사설 '[사설]통합진보당은 진정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우리가 진보정치·정당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것은 쉽게 말해 노동자, 농민, 시민을 대변하는 정치, 기득권과 특혜에 맞서 싸우는 정당에 대한 기대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민주화, 양극화 해소 및 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해결에서부터 대학 서열체제 해체, 자주적 평화통일 추구까지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진보적 가치들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의 선전에서 위로를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런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에는 당연히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보수를 내건 세력과 정당들이 거의 예외없이 부패하고 부도덕한 한국적 현실 탓도 있다. 하지만 진보의 도덕성은 남의 시선보다는,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한 진보의 자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 진보에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가 어제 “비례대표 후보 선거가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는 이것이 도덕성을 중시하는 진보정당에서 치러진, 국회의원을 뽑는 경선인가 아연케 하는대리투표,부정선거,IP, 대목이 적지 않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는 시스템 수정이 불가한데도 수차례에 걸친 프로그램 수정이 있어 투표함을 여는 행위와 같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동일한 IP(인터넷 프로토콜)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져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도 확인됐다. 조사위는 또 투표 마감시간 이후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현장 투표가 집계돼 투표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위한 총선 관악을 여론조사 과정에서도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훨씬 심각한 선거부정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 당이 당내 선거부정쯤은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하는 도덕성 불감증에 빠진 게 아닌가 의심하게 만든다. 특히 패권주의, 승리 지상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진상조사 결과를 놓고 맞붙는 조짐도 보인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이 이런 성향과 관행을 끊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 앞에는 계속 기대를 배반당하는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당에 이런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보다 더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경선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이 부끄러운 사태를 통렬히 반성하고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안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정당에 가장 심각한 것은 신뢰의 상실이다. 진보를 부르짖으면서 보수 못지않게 구태정치를 일삼는다면 뭘 믿고 진보를 지지하란 말인가. 우리는 통합진보당이 교섭단체 구성 같은 목전의 목표보다 더 본질적인 진보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에 맞닥뜨렸다고 본다. 지도부의 단호한 행동을 기대한다. 대형 악재가 터졌으니 소나기만 피하고 가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이라면 가망이 없다. 말로만 뼈를 깎는 뻔뻔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통합진보당에서 다시 보게 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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