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7일 목요일

한-일 군사협력 ‘물꼬’…한반도문제 일본 개입 확대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7일자 기사 '한-일 군사협력 ‘물꼬’…한반도문제 일본 개입 확대되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정보공유 추진·군수지원 보류
부정적 여론 의식한 양국
군수지원 일단 미뤘지만
미국 업고 재추진 가능성
북·중·러와 갈등빚을 우려

정부가 한-일 군사협력과 관련해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맺고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당분간 보류하는 쪽으로 방침을 잡은 것은 이를 둘러싼 국내 논란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2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두 협정을 추진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 실무협의를 진행해 왔다. 국방부에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르면 이달 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왔었다. 당시 국방부 당국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실무적 협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되자 두 협정을 모두 추진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12월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는 유사시 한국 거주 일본인 구출 등을 위한 자위대 파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의 상황을 배제하고 있지만, 자위대의 군함이 유사시 한반도 해역에 들어와 작전을 한다는 등 오해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여전히 두 협정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보보호협정은 이미 24개국과 맺고 있고 군수지원협정도 10개국과 체결하고 있다”며 “군 정책상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 쪽의 요구도 높다. 정부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 군사협정 추진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개입 여지가 넓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군사전문지 김종대 편집장은 “정보교류와 상호군수지원은 유사시 한일연합작전을 위한 근거가 된다”며 “일본이 항상 일본인 보호를 위해 한반도 유사사태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도를 보여왔고 이 협정이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일 군사협정 체결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8일 한-일 군사협정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가 “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관계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또 동북아 안보협력 수준이 향상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군의 동북아 전략상, 한-일 군사협력이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체제라는 틀에서 기능할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남방’ 삼각체제가 강화되면 반작용으로 북-중-러 ‘북방’ 삼각체제 강화가 모색되고, 두 진영 사이에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한-미-일 삼각체제가 북-중-러에 대응하는 구도는 과거 냉전시대 대결 구도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한-일 군사협정이 동북아 질서에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추진 절차상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해방 이후 사실상 처음 맺는 한-일 간 군사협정이지만 제대로 공청회 한번 열린 적이 없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 협정은 정부간 협약, 양해각서(MOU)와 같은 것으로 조약이 아니다”며 “법적으로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북아 안보환경에 파장을 몰고올 사안이 국방부 주도로 추진될 경우, 자칫 전략적 판단보다는 행정 편의나 군사적 편익 차원에서만 고려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한국 내의 거부감을 잘 아는 일본은 그동안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에서 협정을 체결한다는 목표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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