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5일 금요일

권재홍 앵커 “맞진 않았지만, 원래 심신이 약해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25일자 기사 '권재홍 앵커 “맞진 않았지만, 원래 심신이 약해서”'를 퍼왔습니다.
허위보도 비판에 입장 처음 밝혀 “정신적 타격 입힌 건 정당한가”

권재홍 보도본부장 부상 소식을 톱뉴스로 방송한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한 MBC 기자들(기자회)에 대해 권 본부장이 "노조원들에 의해 상처를 입은 사실은 없다"고 시인했다.
권 본부장은 25일 배포된 MBC 특보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기자들이 보도본부장을 차에 가둬놓고 퇴근을 저지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며 고함을 지르며 정신적 충격을 가한 행위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권 본부장의 주장은 "물리적 타격만이 폭력인가"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는 밝힌 대목은 사실상 지난 17일 뉴스데스크 방송이 ‘오보’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됐다.
MBC는 지난 17일 뉴스데스크에서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다"며 마치 MBC 기자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MBC 기자회와 노조는 "노조를 음해하려는 허위 보도"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하면서 신체적 접촉이 없음을 입증했다.
신체적 접촉 증거가 없자, MBC는 신체적 접촉에서 정신적 충격에 의한 두통 증세라고 말을 바꿨는데, 권 본부장도 25일 스스로 보도가 잘못됐음을 시인한 것이다. 권 본부장은 허리 등의 부상 역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아니라 자신이 발을 헛디뎌서 생긴 것이라고 실토했다.
권 본부장은 "(지난 16일 퇴근 당시) 배현진 앵커, 황헌 보도국장과 함께 현관을 통해 퇴근할 때 로비와 현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파업 참가 기자들이 각종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며 "저는 밖에서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향해 이동했고, 이때 저를 보호하려는 청경들과 구호를 외치며 따라오는 기자들이 뒤섞인 채 차량 쪽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어둠 속에서 발밑이 잘 보이지 않아 계단에 왼발이 급하게 디뎌지면서 왼쪽 허리 부분에 충격을 느꼈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정신적 충격과 관련해서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차를 막아서며 마이크로 고함을 지르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차를 막아서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평소에 정신적 충격을 입으면 극심한 두통을 동반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음날에도 두통이 심해지고 어지러움과 구토증세가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 권재홍 보도본부장 @MBC

권 본부장은 "심신이 약한 게 문제라면 저는 아무 할 말도 없는 건가"라며 "만약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뼈가 부러졌다고 그렇게 뼈가 약하냐고 몰아 부치는 거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MBC 기자회와 노조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9시 뉴스데스크의 신체적 접촉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기자들의 퇴근 저지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한다면 신체적 접촉이라는 보도를 하지 말었어야 한다는 것이 기자들의 주장이며 이번 정정보도 청구의 요지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자신이 심신이 약해 정신적 충격을 입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권 본부장의 주장이다.
특히 MBC 노조에 따르면 17일 방송 보도에 앞서 권 본부장이 상황을 설명하고, 황헌 보도국장이 받아쓴 것으로 확인되면서 권 본부장이 사실상 신체적 접촉이 없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거짓 보도를 지시한 셈이어서 권 본부장의 해명이 오히려 강한 반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MBC 기자회 최형문 대변인은 권 본부장의 입장에 대해 "스스로 허위였다는 것을 밝힌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과거 자신이 아팠던 사안이 이번 사안과 무슨 상관이냐. 기자회가 환자를 겁박하려는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것처럼 하고 있다"며 "그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람이 차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수차례 걸쳐서 핸드폰으로 기자들 사진을 찍겠느냐. 상식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겠냐"라고 되물었다.
최 대변인은 "뉴스를 사유하면서 기자회와 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몰아넣은 뒤에 뒤늦게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키니까 '나는 아파요'라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MBC 노조 관계자도 "그럼 우리는 해고 당하고 징계 받고, 가압류 당하고, 월급도 넉달째 못받고 있는데 목을 메아하겠다"며 "그 정도 가지고 정신적 충격을 받고 위협을 느꼈다면 우리한테 가한 것은 무엇이느냐"고 비난했다.
MBC 박소희 기자(‏@mbc_sohee)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물리적 타격만이 충격이냐고요? 권재홍보도본부장님. 처음에 노조원들때문에 다쳤다고 뉴스데스크보도까지 지시한건 본인이었습니다"라며 "마음이 아프시다구요? 그때의, 요즘의 뉴스데스크를 보는 저희 마음은 찢어집니다. 후배들 이리 밟으시고 마음마저 편킬 원하십니까?"라고 꼬집었다.
한편, 권재홍 본부장은 25일 아침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MBC 홍보국 관계자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사안"이라며 "본인께서 컨디션을 확신을 못하고 있어 뉴스 앵커 복귀 시점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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