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5일 토요일

[사설]‘재정안정’ 말만 말고 조세감면부터 없애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04일자 사설 '[사설]‘재정안정’ 말만 말고 조세감면부터 없애라'를 퍼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비과세 및 조세감면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올가을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제시하면서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도 함께 내놓게 된다. 정부는 해마다 조세형평성과 세수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을 줄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목적을 달성했거나 실효성이 없어 폐지돼야 마땅한 제도도 이런저런 명분으로 시한이 연장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정부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국회 요구에 못이기는 척 따라가곤 했다.

올해 말로 일몰되는 조세감면 제도는 예년의 2배가량 된다. 현행 201개 조세감면 제도 가운데 90여개가 연말로 시한이 끝나게 돼 국회에서 시한 연장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자동 폐지된다. 조세감면 제도를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또 조세지원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어느 해보다 높아 기업의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 같은 제도를 확실하게 정리할 명분도 확보됐다. 반면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몸을 사릴 경우 조세감면 정비는 예년처럼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경련이 유럽재정 위기에 따른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내세워 정부에 R&D 세액공제의 일몰 연장을 요구하는 등 벌써부터 조세지원 폐지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비과세·감면 총액은 32조원으로 전체 국세수입의 14%에 이른다. 2000년 13조원에서 10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말로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고 외쳤을 뿐 그동안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 남발로 조세감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펴면서 효과를 세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세제지원을 끼워넣거나 이익단체의 로비에 휘둘린 정치권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인 결과다. 

정부는 4·11 총선 직전에는 ‘재정건전성을 해칠까 우려된다’며 정치권의 복지공약 검증에 나서는 등 올 들어 유난히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조세감면 정비는 재정건전성 강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과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비과세·감면 제도부터 확실히 수술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 정치권도 복지재원을 위해 비과세·감면을 과감히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이미 신설되거나 일몰을 연장키로 한 조세감면 제도가 10여가지가 넘는 것을 보면 조세감면 제도가 제대로 정비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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