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09-06자 사설 '[사설]고위층 자제 군 ‘꽃 보직’ 현상은 병역비리다'를 퍼왔습니다.
정부 고위인사의 자제들 중 절반 이상이 서울 및 서울 근교에서, 또 행정·정보·정훈·보급·산업특례 등 상대적으로 편한 병과에서 군 복무를 마쳤거나 복무 중인 것으로 국방부가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고위층 자제들이 집과 가까운 수도권에서 근무여건이 좋은 이른바 ‘꽃 보직’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일반의 의구심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우리사회 고위층에 만연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 부재현상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와대다. 청와대 수석급 이상의 자녀 중 군 복무 대상자는 모두 11명이다. 이 중 무려 9명이 행정·정보 등 편한 보직으로 병역의무를 필했거나 복무 중이다. 행정부 장·차관 자제들도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마찬가지다. 대상자 37명 중 15명이 꽃 보직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서울 근교 근무자는 청와대가 11명 중 3명, 행정부가 37명 중 15명이다. 이러한 비율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정권의 구분이 없었다. 군 입대일 기준으로 김영삼 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고위층 자제들의 꽃 보직 현상은 계속되어왔다. 국방부는 ‘군별 병과 특기별 편제 내부기준’에 따라 사병의 경우 보병 37.7%, 포병 13.2%, 통신 7.4%, 공병 5.7%, 기갑 3.8% 등 약 70%를 전투병과에 배정하고 있다.
국방부 자료의 근무지와 보직분류가 도식적이라는 점에서 억울하다고 느낄 고위층 인사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위층 자제들이 일반인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비율로 수도권에서 근무하거나 편한 보직을 맡거나 맡고 있는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고위층 인사들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탈하는 행위만 병역비리가 아니다. 고위직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자제들을 편한 자리에 배치하는 행위도 일종의 비리다.
우리와 같은 모병제 국가에서 병역의 공평성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역에 있어서 공평성 상실이 사회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과적으로 국방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고질화된 고위층 자제들의 꽃 보직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병역비리 차원에서 이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고위 공직자 자제들의 병역을 특별히 관리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문책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사법부·언론계·학계 등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자제도 관리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