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2일 월요일

직원이 정치노예? 회장님의 황당한 ‘투표지침’

이글은 미디어 오늘 2011-08-19기사 ' 직원이 정치노예? 회장님의 황당한 ‘투표지침’'를 퍼왔습니다.
[기자칼럼] 귀뚜라미 보일러 회장 “반드시 투표장 나가 빨갱이 제압하라”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빨갱이들의 행패를 표로써 완전 제압해야 할 것이다.”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회장의 사내통신망 공고문이 물의를 빚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 회사 사내통신망에는 등 2건의 글을 라는 제목으로 2건의 글이 올라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벌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글로서 원색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 이는 가난 근성의 대물림이다.”

“빨갱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의 상징, 무상급식을 서울시민의 적극적 참여로 무효화 시키지 않으면 이 나라는 포퓰리즘으로 망하게 될 것이다.”


'귀뚜라미 보일러' 사내통신망에 올라온 회장님의 '투표 지침'
주목할 대목은 이런 주장이 회장님의 투표지침으로 전달됐다는 점이다. 게시물에는 “회장님께서 8월 24일 서울시무료급식 관련 투표에 앞서 우리 귀뚜라미 가족들이 아래사실을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공지를 요청하셔서 공지합니다”라면서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8월 24일 서울시 주민들은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지침을 주셨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 개인의 정치적 판단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게 당연하고 마땅하다. 기업주와 고용인이라는 수직적 관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직원을 ‘정치 노예’로 인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장님의 투표지침은 직원 입장에서는 흘려듣기 어려운 부분이다. 회장님의 뜻을 거스르면 불이익이 오지나 않을까 걱정하게 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판단과 무관한 결정을 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회장님의 부적절한, 아니 위험천만한 ‘투표지침’은 전혀 사실무근은 아닌가 보다. 귀뚜라미 보일러측은 언론 해명을 통해 “회장님이 직접 쓴 글이 아니며, 지만원씨의 글과 지인들이 보내온 글을 사원들에게 e메일로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장님의 투표지침에 담긴 논리가 누구의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내용이 담긴 투표지침을 ‘회장님 메일공지’라는 제목으로 올렸다는 점이다. 귀뚜라미 보일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한국사회 ‘천민자본주의’의 추악한 단면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걸핏하면 직원들을 패는 회장님, 국회를 조롱하는 다른 회장님 등 최근 기업주들의 추악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귀뚜라미 회장의 행위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 주민투표법에는 직업 종교 등 특수관계로 부당한 영향을 미칠 경우 위법으로 본다고 돼 있다. 귀뚜라미 회장의 행위는 물론 논리도 참 부실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빨갱이 때려잡기’로 인식하는 문제점은 물론이고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라는 논리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금 영남지역에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치지 않고, 무상급식을 향해서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그런 광역단체가 이미 있다”면서 오세훈 주민투표 지원에 올인하는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귀뚜라미 회장의 '투표지침'에 담긴 논리대로라면 영남의 그 광역단체도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하는 선택 아닌가. 주목할 대목은 귀뚜라미 회장의 이 황당한 주장을 19일 아침 보도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라는 점이다.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얻어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다른 신문들은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것인가. 그런 내용을 담은 회장님의 ‘투표지침’이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가. 이 사건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한 것인가. 정말 기사거리가 안 되는 사안으로 본 것인가. 아니면 ‘신문광고’ 등 다른 이유 때문에 눈을 감은 것인가.

조선일보가 ‘귀뚜라미 보일러’를 8월 19일자 지면에 소개하기는 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5면에서 꾸준히 소리 없이 기부하는 중소기업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귀뚜라미는 복지시설을 찾아가 가스시설 등을 점검.교체해주고 봉사활동을 하는 '워밍업 코리아'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독자들은 귀뚜라미 보일러를 참 훌륭한 기업으로, 회장님을 참 훌륭한 기업주로 인식하지 않겠는가. 참 씁쓸한 ‘꼼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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