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일 금요일

내성천, 은어에게 길을 터주자

이글은 한겨레신문 hook 2011.09.02자 '내성천, 은어에게 길을 터주자'의 기사를 퍼왔습니다.

다큐멘터리사진가. 진보신당 정책부의장, 프레시안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사람들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삶의 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 들지만, 기실 홀로 오지를 떠도는 일을 좋아한다. <흐르는 강물 처럼>, <레닌이 있는 풍경>,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사진가로 사는 법> 등을 쓰고 <중국 1997~2006>, <이상한 숲, DMZ> 등을 전시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inpho 를 운영한다

내성천이 발원하는 오전천이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옥돌봉 샘물에서 흘러나와 계곡을 이룬다. 어떤 이는 선달산 생달천을 발원이라 하지만 두 천이 물야 저수지로 모여들어 내성천을 이루니 발원지가 어디인가는 내성천에게 물어봐야 겠다. 작년 4대강을 돌아다니다 지금은 내성천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 몇차례 답사팀과 어울려 영주에서 예천까지 중하류를 다녔는데, 사진가의 호기심인지 강의 최상류를 보고 싶었다. 뭔가 태고의 신비라도 느껴볼 심산이었을까?

옥돌봉 남쪽 지봉인 1152봉에서 발원한 오전천 계곡이다. 이 곳에 그 유명한 오전 약수탕이 있다. 오전 약수는 혀끝을 쏘는 듯한 청량감이 있는 탄산수다. 조선시대에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 약수로 선정되었다 전해지며, 위장병과 피부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붕이 이 약수를 마시고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라고 칭송했다는 기록이 있다. 약수가 솟는 샘터 바위에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라’는 뜻의 주세붕의 휘호가 남아 있다. 

깊은 산을 흐르는 내성천은 좁고 가파르고 맑다. 계곡 주변에는 낙엽송과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다. 내가 기대한 내성천의 상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름다운 물과 숲이다.

물야 저수지의 풍경이다. 오전천과 선달산 생달천이 만난다. 2000년 초반에 완공된 사력댐으로 봉화지역 식수와 홍수예방을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내성천이니 인간이 만든 발원지라 할만 하다.

물야 저수지 바로 밑 첫 마을인 오전리 장터마을의 내성천 모습이다. 뜨거운 여름날 무궁화가 활짝 폈다. 이번 답사는 혼자다. 봉화읍에서 새벽 6시반 버스를 타고 오전 약수탕에 도착해 걸어서 다시 봉화읍까지 가볼 생각이다. GPS로 보건데 15km가 조금 넘을 듯 하다. 사진 취재하며 천천히 걸으면 5시간이 될 듯 한데, 이 뙤약볕이 문제다.

저수지 부터 물야면을 흐르는 내성천은 완만하다. 양쪽으로 논과 사과밭이 늘어서 있고 천변은 여름 잡풀로 무성하다. 그런데 계속 걷다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다. 어림잡아도 200m에 하나 꼴로 있다. 이 보들은 농업용수를 끌어오거나 수위 조절을 위해 만든 것들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것들이 요즘도 사용되나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저 위에 어마어마하게 물야 저수지를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봉화군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수는 지난 세기에 비해 600% 늘어지만 농업용수는 30%로 줄었다. 농촌인구가 늘어난 것이 아니니 물소비는 엄청 늘었고 농사는 오히려 줄어 든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만들어 놓았던 이러저러한 보들은 그대로 있다. 깨지고 방치되고 무너졌다. 게다가 저렇게 천변 바로 가까이 지어지는 펜션은 또 뭔가?

보 아래는 이렇게 물이 썩어간다. 폐기된 보들이 철거 되지 않고 하천에 방치되어 하천 생태통로의 단절, 수질 악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야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8,000개의 보가 있고 매년 용도폐기 되는 보가 100기가 넘는다. 이러한 보들은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보에 비해 오래전 선조들이 만들었을 법한 이 보는 어떤가. 생태적으로도 수질면에서도 좋고, 운치도 있

내성천에 살고 있는 어종은 미유기, 수수미꾸리, 다묵장어, 흰수마자 등 8과 23속 29종이며, 한국 고유종은 11종이다. 내성천은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흰수마자 서식지다. 물론 제일 흔한 것이 피래미들이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놈들이 많아 민물 매운탕으로 그만이다. 봉화에서는 피래미를 갈아 매운탕을 만드는데 그 맛이 추어탕 같다. 보호종은 않되겠지만 내성천이 물고기로 가득해 싼 값에 매운탕을 즐긴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있겠나.

걷는 것에 이력이 난 뚜벅이 사진가도 뜨거운 태양에 견디다 못해 간이 정류장으로 피해 들어갔다. 건물 뒷편으로 내성천이 흐르고 벌레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가 적막한 농촌을 흐른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조류는 100종이 넘는다. 오리와 백로가 한가하게 피래미를 잡고 있다. 작아서 보이지 않겠지만 노란 물새도 함께 사냥을 하고 있다.

사람도 내성천에 기대어 산다. 맑은 물에서 찰지게 자라는 다슬기다. 이곳 사람들은 고동 또는 고디라고 한다. 요즘 ‘올갱이국’이 서울서도 유행인데 이말은 충청도 말이다.

봉화 읍내 내성천 변에 세워진 은어의 상이다. 은어는 은어과 은어속의 한종뿐인 물고기로 동북아시아가 원산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태어났던 은어 새끼들은 바다로 갔다가 다시 낙동강을 거슬러 이곳까지 돌아왔을 것이다. 봉화에서는 매년 내성천 은어 축제가 열린다.

내성천 변에서 은어 플라이 낚시 하는 사내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 처럼은 못 찍었다. 아무래도 비연출은 한계가 있나 보다. 전에는 은어가 올라왔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륙까지 올리 없다. 이미 하구뚝, 댐, 4대강 보(댐)가 있는데 무슨 재주로 이곳까지 오겠는가. 그런데도 은어를 잡는다.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은어잡기 축제 때 타지에서 공수되어 온 은어들이 도망을 가 한해동안 주변에서 살아간다. 수명이 일년이니 내년에는 또 다른 놈들이 이곳에서 플라이 낚시꾼들을 기다릴 것이다. 내성천의 은어 플라이 낚시는 그래서 슬펐다. 오전 약수탕에서 봉화읍까지 도보 답사는 10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앞으로 영주를 지나 예천 삼강까지 모두 도보로 답사 해볼 생각인데, 만만찮은 길이 될 듯 하다. 그것을 또 계절 별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내성천의 풍광은 이제 두해 남짓 남았다. 2012년 말이면 영주댐이 완성되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 질 것이다. 상류의 봉화도 하류의 예천도 옛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 내성천을 살리기 위한 순례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다. 먼 훗날 댐을 폭파하고 보를 걷어내 다시 강을 살리자고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은어에게도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필요하지 않겠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