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4일 일요일

8·18 대책, 집부자 투기꾼들 웃는다 [미디어 바로미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09.02 자 '8·18 대책, 집부자 투기꾼들 웃는다'를 퍼왔습니다.
올가을 다시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예전의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았다. 다주택자들의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8·18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이하, ‘8·18 대책’)이다. 그런데 이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정부가 8·18 대책에서 전·월세 상한제를 포함하는 선진국형 임대차 제도 도입 방안을 뺀 채, 민간에게 양도세 및 종부세 등의 규제 완화를 허용해 전·월세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내용이 지나치게 친(親) 다주택투기자 성격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검증이 안 된 민간 전·월세 주택 공급확대 효과를 압도할 수 있는 ‘조세피난처’와 ‘투기 인큐베이터’의 제공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돈 있는 사람이 집을 사 세를 놓도록 유도해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제시한 당근은 △현행 수도권 3호, 지방 1호 이상으로 되어 있는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비과세) 요건을 수도권과 지방 구분 없이 1호 이상으로 추가 완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 1호에 대해서 보유기간(3년 이상) 등 요건을 충족시키면 양도세 비과세 △주거용 오피스텔도 임대주택으로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여 임대주택에 준하는 세제 혜택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은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한시적으로 제외 등 네 가지다. 이러한 내용만 보아도 정부는 이번 8.18 대책이 부동산투기 억제책 무력화의 최종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필자가 염려하는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두 가지다. 하나는 8·18 대책이 ‘기존’ 다주택자에게 ‘조세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회피할 수 있는 조세피난처를 제공하는 핵심 방안으로,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부여하는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비과세 두 가지다. 지난 23일자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9억 원 집에 살면서 6억 원의 집 두 채를 임대해 일정 조건을 만족시킨 후 추후에 본인 집을 매각할 경우 양도세는 1억 원 가량 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매년 700만 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기존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라는 신분으로 전환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가 매각 하더라도 보유 및 매매 단계에서 거액의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기 인큐베이터’의 제공 가능성이다. 즉, 8·18 대책이 ‘기존’ 다주택자들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부동산 경기 회복과 가격 상승을 기대하여 ‘새로’ 임대사업자가 되려는 다주택자들에게도 조세피난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8·18 대책이 제공한 조세피난처가 투기 인큐베이터의 역할도 동시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매매차익 실현이 어려워져 임대수익을 향유하려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투기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때 주택투기가 다시금 불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부동산 경기부양이라는 이유로 종부세와 양도세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라는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선진국형 임대차 제도를 도입해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민간 전·월세 주택 공급확대라는 핑계로 불로소득 환수장치를 모두 무력화하면 그 피해는 결국 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현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어떤 상황이 되어도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사회 전체의 부가 상승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공급이 고정된 토지 위에서 이루어지는 주택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누군가가 토지가치 상승에서 초래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그 만큼 노동의 열매를 빼앗긴다. 주택시장은 그 어느 시장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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