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2-02일자 기사 '게임이 마약이면 조선일보는 뭐지?'를 퍼왔습니다.
불법게임 다운받아 기사 쓰는 조선일보의 ‘불법성’
▲ 조선일보 31일자 1면
언론계에게 ‘편파 왜곡 보도’를 지칭할 때, 흔히 하는 말로 ‘조선일보식 기사’라는 표현이 있다. 종종, 결론을 향해 내달리기에 바빠 근거와 사실이 부실한 기사에 대해 “이런 조선일보 식 기사 같으니”라고 품평하곤 한다. 2일자 조선일보가 오랜 만에 ‘조선일보식 기사’의 한 전형을 보여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날 31일부터 조선일보는 ‘게임, 또 다른 마약’이란 제목의 기획을 진행 중이다. 기획 첫 회는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말보다 게임 먼저 배우는 젖먹이들’이란 제목에 하의를 입지 않은 채 스마트폰을 열중하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는 이 기획은 그러나 ‘제목의 작명, 기사의 내용, 사진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걱정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선정성으로 도배돼 있다. 31일자 4면과 5면으로 이어진 기획은 “유아에 게임기 주는 건, 음식쓰레기 주는 셈”, “게임중독 뇌, 마약중독처럼 변해”, “아이 뇌가 망가진다, 폭력성 띠고 ADHD 위험” 등 게임에 대한 맹목적 적대심을 노골화하며 공포를 주입하기 위해 최상급 표현을 남발했다.
▲ 조선일보 1일자
이어진 1일 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게임 좀비’...괴물처럼 변해가는 아이들”, “게임중독 뇌...관제탑이 테러범에 접수된 격” 등 살벌한 표현이 난무했다. 게임의 폭력성을 우려하는 기사의 폭력성이 오히려 더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또한 ‘칼싸움 게임에 중독된 명문대 중퇴생이 갑자기 거리로 뛰쳐나와 행인을 살해했다’는 결코 일반화 될 수 없고, 또 인과관계 역시 불분명한 사례를 곁들였다. 기사의 의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상황 짜깁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게임에 대한 편파적 시각을 바탕으로, 상황을 침소봉대하거나 왜곡하는 전형적 방식이었다.
“IT가 일상을 파고든 이후 매체의 주요한 베스트셀러 아이템 가운데 하나가 아이티 주의보입니다. 내용은 유사 마약이고요, 담론은 공포이지요. 공포를 파는 건 유사 이래 가장 확실한 세일즈입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이 방면에 아주 뛰어납니다. 공포를 팝니다, 공포를 팔아요! 그럼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공포를 산답니다. 인터넷이 아이들을 망친다! 어쩐지 아이들이 내 마음대로 안 되더니 아이고 네 네”
네이트에서 ‘뉴스&톡’이라는 제목으로 뉴스 코멘트를 진행하는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조선일보의 공포 마케팅을 비판한 내용이다.
출발부터 심상치 않았던 조선일보의 기획은 급기야 2일, 3회차에 이르러 드디어 ‘사고’를 쳤다. 조선일보 기자는 게임의 폭력성을 직접 체험했다며 파일공유사이트에서 ‘맨헌터2’ 게임을 300원 주고 내려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직접 체험한 까닭인지 묘사의 생생함이 앞선 기사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몇몇 대목을 옮겨보면 “느닷없이 볼펜을 들어 목 오른쪽을 힘껏 찔렀다.”, “사내는 피 묻은 볼펜을 움켜쥐고 태연한 표정으로 왼쪽 눈, 오른쪽 눈을 차례로 공격했다.”,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바닥엔 피가 흥건하다” 등 기사라기보다는 잔혹한 판타지 소설의 수사 같을 정도였다. 기자는 체험을 마친 소감을 밝히며 “식은땀에 젖고, 호흡도 가빴다”고 적었다.
▲ 조선일보 2일자에 장성진 기자가 쓴 '맨헌트2' 체험기사. 그런데 이 게임은 국내 출시가 불허된 것이다. 네티즌들은 장 기자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다운받아 불법적으로 게임을 했다고 조롱하고 있다.
기자의 체험대로 ‘맨헌트’는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살해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으로 각종 도구를 이용해 적을 잔인하게 살해할수록 높은 점수를 얻게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래서 이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의해 ‘등급 거부’ 판정을 받아 국내 정식 출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이미 판매가 금지된 게임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이걸 갖고 게임 비판하는 건 마치 ‘소돔의 120일’만 갖고 문학은 유해하다고 하는 꼴”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국내에 출시되지도 않은 게임을 파일공유 사이트에서 내려 받아 작성된 조선일보의 기사는 그 자체로 ‘저작권법’을 어겼다는 혐의도 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것 자체가 불법인 게임을 불법적으로 다운 받아 체험하곤, 합법적으로 서비스되는 게임들을 규제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선일보식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다. 취재를 하기에 앞서 조선일보부터 ‘준법정신’을 가지라는 비난과 조롱이 봇물이다. 포털 사이트마다 해당 기사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있고, 트위터 등 SNS에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링크하며 한 마디씩 보태고 있다. 조선일보의 기획 의도가 바로 이런 ‘노이즈 마케팅’에 있던 것이었다면,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느닷없이 게임을 때리고 나선 것일까? 게임의 폭력성과 중독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언론이 이에 대한 공포를 기사화하는 것 역시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무수하게 많은 언론이 하는 걱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기획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양껏 부각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하다. 게임에 빠져 ‘괴물’ ‘좀비’가 된 청소년들은 ‘폭력성을 주체할 수 없으니 통제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3번의 기획 시리즈에서 일관되게 전해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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