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이제는 민주당이라고 뽑아주지 않는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23일자 기사 '"이제는 민주당이라고 뽑아주지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현역 물갈이 여론속, 4.11 총선 호남 민심 변화 변곡점 될 듯


 ⓒ민중의소리 장원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21일 광주 광산갑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와 무관하게 광주에서 자력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는 기세다.

전라남도 광주 지역의 민주통합당 현역의원들은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다. 4.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가 개혁공천의 상징으로 부상해 있기 때문이다. 광주를 제외한 전남북 지역에서는 총선에 아예 불출마하거나, 현재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에서 출마하는 의원들이 여럿 있지만, 광주는 8개 지역구 현역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어 '호남 물갈이'의 타겟이 돼 있는 상태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되던 시대는 끝났다"

광주 지역 여론도 물갈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광주전남언론포럼과 광주전남지역 11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0일부터 12일까지 선거구당 유권자 500명씩 전화면접 조사를 한 결과, 전체 8개 선거구 중 6곳에서 현역 의원이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서구갑(조영택)과 서구을(김영진), 북구을(김재균)에서 현역의원이 2위로 밀려났고, 동구(박주선)와 북구갑(강기정), 광산갑(김동철)에서는 현역의원과 도전자 간에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현역의원이 안정적 1위를 유지한 곳은 남구(장병완)와 광산을(이용섭) 두 곳 뿐이다. 

21일 광주 현지에서 확인한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선택 씨(44. 서구 상무지구)는 "예전에는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고 했지만 요새는 많이 달라졌다. 당을 보고 뽑기 보다는 인물을 보고 뽑는다"라고 말했다. 김모 씨(67. 북구 운암동)도 "전에는 평민당, 민주당 간판만 달면 당선됐지만 지금은 인물 위주다. 무소속이 (민주당) 현역의원 압박하는 거 봐라"라고 말했다.

위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역에 따라 부동층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까지 나왔다. 민주당의 텃밭 호남 바닥 민심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호남이 '민주당' 깃발만 세우면 당선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선거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보면, 전남에서는 군수 22곳 중 7 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열풍이 불었다고 할 수 있다. 전북에서는 군수 14곳 중 1곳에서, 광주에서는 구청장 5곳 중 1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 후보가 대체로 민주당 계열인 점을 감안하면, 기초의회에서 진보정당의 약진은 상징하는 바가 더욱 크다. 호남에서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민주당과 경쟁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광주지역만 살펴보면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서구에서 처음으로 시의원 1명을 배출했다. 구의원은 동구 1명, 서구 3명, 남구 1명, 북구 1명, 광산구 4명 등 10명을 배출했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광주에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시의원이 2명, 구의원은 14명이나 된다. 

호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일어나고, 진보정당이 기초·광역의회에서 약진하고 있긴 하지만, 민주당에 부정적인 민심이 다른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로 확실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양경렬 총무기획실장은 "바닥에 '민주통합당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여론은 많지만, 이 여론이 다른 정당 지지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 선거대책본부 이미옥 상황실장도 "민주당에 부정적인 흐름은 있지만 이것이 확실하게 통합진보당이나 다른 정치세력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부동층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전했다. 

4.11 총선, 호남 민심 변화의 변곡점

올해 4.11 총선은 호남 민심 변화의 기류 속에서 변곡점이 되는 총선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2010년 7.28 광주 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비민주 단일후보로 나선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가 44.15%를 득표하며 민주당 후보 턱밑까지 추격해 달라진 민심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4.27 보궐선거 때는 전남 순천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사상 최초로 호남 지역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됐다. 

통합진보당은 기초의회 성과와 순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에서 최초로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간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야권연대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은 자력으로 광주 지역구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은 광주 지역구 8곳 중 동구를 제외한 7군데에 국회의원 후보를 냈다. 과거 인물에서 좀 쳐진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인물면에서도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서구을(오병윤 전 사무총장)과 광산갑(장원섭 사무총장)에는 통합진보당 전현직 사무총장이 출격했다. 남구에는 참여정부 때 차관급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이민원 광주대 교수가, 북구갑에는 이채언 전남대 교수가 출마한다. 북구을(윤민호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서구갑(정호 전 광주전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광산을(황차은 전 광주시당 정책위원장)에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동을 해온 인사들이 표밭을 다질 계획이다.

이미옥 처장은 "과거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선거에 나선다고 하면 친구들이나 부모님들이 '너는 민주당으로 나가면 될 것인데 왜 민노당으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말을 했다. 최근에는 '너는 왜 안 나오냐? 언제 나오냐?'고 물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며 "과거 우리후보들이 체급이 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올해는 어느해보다 후보군이 무게가 있고 인물경쟁력에서도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현역의원들의 프리미엄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민주당 내부에서의 인물교체론이 아니라, 호남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자체의 힘으로 지역 돌파가 가능하다는 기세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jmy94@vop.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