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0일 월요일

노무현은 ‘코드’ 인사, MB는 ‘인연’ 인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0일자 기사 '노무현은 ‘코드’ 인사, MB는 ‘인연’ 인사'를 퍼왔습니다.
[비평] 중앙 “MB, 어려울 때 인연 깊은 인사로 보강”…노무현 때와 다른 기준?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행태가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그런데 중앙일보의 논조는 노무현 정부 당시와 분위기가 다르다. 노무현 정부가 인사조치를 단행할 때 마다 ‘측근 인사’, ‘코드 인사’라 비판하던 중앙일보였지만 이명박 정부 인사 실태에 관해서는 비교적 차분한(?) 분석이 눈에 띈다.

20일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4주기를 맞아 지난 4년간 임명된 청와대·정부부처·공공기관의 고위직 인사 944명 전원을 사회관계망분석(SNA) 기법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영남·고려대 출신 기용이 두드러졌다”며 “944명 가운데 영남이 전체의 39.9%, 고려대는 12.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감사 45%도 이명박 정부 대선캠프 출신임도 드러났다.

분석을 통해 산출된 결과만 들여다보면 이명박 정부의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으로 느껴지지만 중앙일보는 5면 기사에서 이번 분석이 단순히 이명박 정부 인사 출신 분포조사에 머무르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 중앙일보 2월 20일자. 5면.

중앙일보는 “조각을 제외한 첫 번째 대규모 인사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전국을 휩쓸던 2008년 5월 이후에 나타났다”며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으로 있으며 MB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안병만씨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올랐고 청와대 비서진에도 정정길씨 등 MB와 인연이 깊은 인사로 보강됐다”고 밝혔다.

이중 눈에 띄는 단어는 ‘인연’과 ‘보강’이다. ‘코드’와 ‘난맥’이라는 참여정부 인사 평가 기준과는 전혀 다른 단어 선택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몇 차례나, 심지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내에서도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중앙일보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 인사 기용에 대해 대체로 별다른 비판을 가하지 않았다.

실제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 정무수석비서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이른바 ‘돌려막기’의 상징이었으나,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당시 중앙일보는 김종수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서 구멍 난 자리마다 구원투수로 차출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대통령의 신임마저 두터우니 임기 말 경제정책을 책임질 경제수장감으론 제격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정부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중앙일보는 지난 2006년 참여정부가 개각을 검토하자 기사에서 “대통령 최측근 참모들끼리의 ‘회전문 인사’(최고위직 간의 교차 임명)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사설 에서는 “코드 인사를 고집해 여야 대치로 허송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 2006년 11월 24일자. 사설

반면 당장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정무수석에 임명하자 야권에서는 ‘보은 인사’,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지만 중앙일보는 임명소식만 짧게 전했다.

만사의 근원은 인사이니, 인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동일한 기준 없이 평가가 오락가락 한다면 언론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중앙일보가 20일 발표한 이명박 정부 취임4주년 탐사기획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2면에 걸친 기획에도 힘이 빠진 것은 기존 정부와는 다른 기준으로 이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1면을 할애해 의욕적으로 분석했지만 ‘그냥 그렇다더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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