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사설] 김재철 MBC 사장 ‘7억 펑펑’ 논란, 수사로 밝혀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8일자 사설 '[사설] 김재철 MBC 사장 ‘7억 펑펑’ 논란, 수사로 밝혀야'를 퍼왔습니다.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2년 동안 자신과 비서진의 법인카드로 7억원을 펑펑 썼다는 노조의 주장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더니, 이번엔 카드 사용 내역이 의혹을 한층 키우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법인카드를 올바르게 썼는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한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방송 노조는 어제 유튜브에 올린 ‘제대로 뉴스데스크’에서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지난 2년 동안 국내 호텔에서만 1억5000만원을 쓰고, 귀금속점과 명품 매장에서 수시로 물건을 사는 등 사용 행태가 매우 구체적이다. 노조의 주장처럼 업무용으로만 보기엔 미심쩍은 사용처가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법인카드의 전체 결제 건수 가운데 41.7%가 주말과 공휴일에 사용된 대목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사장의 처지에선 주말과 공휴일도 업무의 연장일 수 있겠지만, 평일에 견줘 결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카드가 쓰인 곳도 특급호텔과 지방이 적지 않다. 그가 직접 가지고 다닌 법인카드의 경우, 국내 호텔에서 2년 동안 188건이 결제됐는데, 절반이 넘는 98건이 주말과 공휴일이었다고 한다. ‘제대로 뉴스데스크’의 지적처럼 “휴일에도 쉬지 않고 격무에 시달린 것인지, 아니면 법인카드를 업무 외 목적에 쓰거나 다른 사람이 사용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또 귀금속점, 명품 가방 매장, 골프용품점, 의류 매장, 화장품점 등 물품을 구매한 곳의 상당수가 방송사 업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의심을 살 만하다.
하지만 회사 쪽은 노조의 주장을 “진흙탕식 흑색선전”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호텔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은 모두 공적 업무를 위한 것이며, 보석과 명품 가방 구입은 연기자나 방송작가 선물용이었다고 해명한다.
노조의 폭로와 회사의 해명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선뜻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이 그저 문화방송 노사 사이의 입씨름 속에 흐지부지 끝나선 안 될 일임은 분명하다. 문화방송 경영진의 회삿돈 씀씀이는 일반 민간기업의 경영진에 견줘 훨씬 엄정하고 투명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이 노조의 주장처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노조가 김 사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니, 검찰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하루빨리 가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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