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9일자 사설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과거와 단절’이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과감한 쇄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전 정당대표 연설에 이은 거듭된 과거 단절론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강·정책의 기조를 경쟁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에서 행복을 중시하는 복지 확대 쪽으로 바꿨다. 14년 이상 써오던 한나라당이란 이름도 과감하게 버렸다. 지금 한창 작업을 진행중인 공천에서도 도덕성을 기준으로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아니면 아무거나’라고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위원장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의 변화와 개혁은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를 바라는 나라 안팎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양대 선거를 겨냥한 포장술의 의미도 띠고 있다. 어쨌든 정당이 시대정신을 반영해 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 속에 진정성까지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추구하는 과거와 단절, 변화와 개혁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으로 소통부족과 양극화의 심화를 지적했다. 소통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양극화는 경제의 실패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양극화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소통과 민주주의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의지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정수장학회 문제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 문화방송 지분 30%와 경향신문사 터 700여평을 소유하고 있는 재단법인이고, 아직도 박 위원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서 나와 관련이 없다. 이와 관련해 장학회에서 분명히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지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임금님’, 박 위원장을 ‘큰영애’로 부르는( 2월4일치 3면) 최필립씨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매우 거리감 있는 인식이자 발언이다.
세상일이란 법적 관계로만 이뤄져 있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도 얽히고 정으로도 매여 있다. 박 위원장이 진정으로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면 자신을 아직도 왕조시대의 상전처럼 모시는 사람을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시민·언론단체의 요구대로 사회에 재단을 환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단절은 남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부터 시작해야 진정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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