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9일 수요일

[사설]민주통합당,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8일자 사설 '[사설]민주통합당, 지금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야권연대 논의는 1차 결렬 선언 후 며칠째 겉돌고, 무원칙과 무쇄신, 무감동 등 이른바 ‘3무’ 공천은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편승해 4·11총선의 승리를 거머쥐기라도 한 듯한 오만한 자세가 나눠먹기식 공천을 낳은 데다 흔들리는 리더십으로 인한 전략·전술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빚어지는 혼돈이다. 보다 못한 외곽의 민주·개혁 진영이 고언을 쏟아내고 있으나 민주통합당은 이마저 듣지 못하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총선 승리는 고사하고, 야권마저 궤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지난 주말 1차 결렬된 야권연대 협상은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추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10+10안’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4+1안’이 맞서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숫자 차이보다 안이한 현실인식이다. 지난해 하반기 야권연대가 제기될 때만 해도 분열하면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구한나라당의 잇단 패착으로 야권에 유리한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자 민주통합당의 마음이 달라진 탓이다. 민주통합당이 전리품이라도 분배하듯 자체 공천작업에 돌입하면서 야권연대는 뒷전으로 밀렸다. 상호신뢰가 실추되다 보니 협상이 탄력을 받을 리 만무하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인식의 대전환이 수반되지 않는 한 야권연대의 앞날은 극히 불투명하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은 오늘부터 자체 경선 일정을 짜놓은 마당이다.

‘절망적’이란 평가를 받은 1, 2차 공천에 이어 3차 격인 전략공천도 자중지란에 빠졌다. 민주통합당은 경기 과천·의왕과 군포, 안산 단원갑 3곳의 전략 공천자를 확정했으나 한 최고위원이 친소관계로 얽힌 탈락자를 옹호하고 나서는 등 홍역을 앓았다. 서울 강북갑과 양천을 등지에서는 몇몇 지도부가 비리 연루자들을 감싸고돌고, 또 일부 지역에선 ‘한물간’ 인사들의 재기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울 노원갑에선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 대신 ‘나꼼수’ 멤버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이름이 오르내리는 모양이나 수긍하기 어렵다. ‘나부터 살고 보자’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한건주의나 온정주의가 판을 친다고 해서 눈살을 찌푸릴 수만도 없는 환경이 아닌가 싶다. 

민주통합당의 위기는 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바로 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착시·착각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벌써 ‘부자 몸조심하듯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명이 바뀌고, 구성원들의 면면도 부분적으로 바뀌었으나 실제 변화나 개혁은 요원해 보인다. 대신 기득권이 오히려 득세하고, 반개혁 세력의 저항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야당의 투쟁성도, 개혁성도, 참신성도 자리할 공간은 비좁아 보인다. 정작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지금 당이 과연 어디로 가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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