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5일 토요일

야권연대 '불투명' 박근혜 정치 '청신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5일자 기사 '야권연대 '불투명' 박근혜 정치 '청신호''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19대 총선 대승과 공멸의 갈림길

야권의 총선연대가 불투명해지면서 ‘박근혜 정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이후 당의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달리 지난해 연말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오르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당시 한나라당 안팎의 ‘조기 등판’ 압박을 받아들인 것이었지만, 대선 시간표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총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걸리는 대목이었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냉랭하다. 그나마 ‘대통령 국정운영지지도’가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국민의 착시현상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여론조사 정치’의 꼼수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바닥민심과 큰 차이를 보이는 여론조사에 국민은 ‘냉소’로 화답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거를 가르는 변수는 인물, 정당, 정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으뜸은 ‘구도’이다. 구도가 형성되면 지역에서 아무리 유능한 인물을 공천해도 거대한 바람에 휩쓸려 버릴 때가 있다.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을 가르는 핵심 구도는 ‘정권 심판론’이다.


지난 15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 지도부. ©사진출처-민주통합당

여권 내부에서도 19대 총선에서 고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특별 기자회견에서 볼 수 있듯 반성에 인색한 모습으로 여당의 속을 끓이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보수신문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반성 미흡을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새누리당 쪽에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뚫고 121석을 얻었던 때와 비슷한 의석을 얻는다면 선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 결과는 현재 새누리당이 우호 성향의 소속 의원을 포함해 180석 가량의 의석을 확보한 것과 비교해보면 참패와 다름없지만, 새누리당은 120석도 선전이라는 주장을 통해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새누리당이 참패하더라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할 만큼 했다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대선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점점 박근혜 단 한사람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꾸로 말하면 ‘박근혜 정치’가 무너지면 대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120석을 얻어도 선전이라는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박근혜 정치의 청신호를 인도할 핵심 변수는 바로 야권의 분열이다.
야권이 유리한 선거구도 속에서 서로 더 많은 것을 얻겠다고 싸우기만 한다면 결국 야권연대가 무너져 여야 1대 1 구도가 깨진다면 새누리당도 한 번 해볼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권의 기대대로 야권의 선거연대가 불투명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파열음이 나고 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2월 24일 밤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합리적인 정당지지율 반영의 야권연대 원칙과 이명박-새누리당 심판을 위한 전국적 야권연대 실현은 사실상 민주통합당에 의해 거절된 것으로 확인한다”면서 “우리 당은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민주통합당의 전향적 변화 없이는 야권연대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쪽에서는 야권연대 협상의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통합진보당은 10+10, 수도권에서 10곳, 호남 충청 강원 등에서 10곳 등을 제안했지만, 민주통합당 쪽에서는 4+1을 고수했다는 주장이다.
야권이 심각하게 생각할 부분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3월 22일부터 23일까지가 후보 등록 기간이다. 이로부터 최소한 일주일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야당은 각자 후보 등록을 한 뒤 ‘마이웨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그림은 바로 새누리당이 가장 원하는 모습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대승과 공멸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야권연대가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결렬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통합진보당 쪽에서 협상 진행상황을 공개한 것은 ‘여론의 힘’을 통해 민주통합당을 압박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트위터 등에는 민주통합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번 협상의 관건은 많이 양보하는 쪽이 더 큰 것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작은 것을 탐하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의 초점일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은 지금의 상황도 충분히 해볼 수 있는 구도라고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통합진보당과 협상이 결렬돼도 수도권 등에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별 지역구 차원에서 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근시안적 사고이다.
야권연대가 결렬되면 제1책임은 누가 뭐래도 민주통합당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의 욕심이 과해서 새누리당에게 좋은 구도를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야권분열 속에 선거를 치르면 수도권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통합진보당이 개별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힘들어도 민주통합당 떨어뜨리는 힘은 갖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정작 걱정해야 할 대목은 총선에서 욕심을 부리다가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치’의 시선은 총선이 아닌 대선에 맞춰져 있다고 봐야 한다. 야권 분열은 박근혜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이 정권 재창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제3자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이 양보한 모습, 그런 야권연대 협상이 결국 민주통합당의 미래를 밝히는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5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 지도부. ©사진출처-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도 협상 진행상황을 공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종 협상결렬은 진보정치 입장에서 너무도 중요한 기회를 날리는 ‘악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보정당 입장에서 19대 총선은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기회이다. 진보정당이 한국정치를 실질적으로 이끌 캐스팅보드로 떠오르게 된다는 얘기다. 쉽게 설명하면 진보정당이 원하지 않는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고 진보정당의 정책과 지향점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기회를 얻는다는 얘기다.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야권연대 결렬은 그 꿈의 무너짐을 의미한다. 개별 지역구에 출마하고 비례대표 선거 등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호소하겠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라는 양강 구도를 넘어서기는 힘든 ‘소선거구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결국 당선보다는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떨어뜨리는, 결국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에 일조하는 역할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완전한 야권연대 결렬을 바라지는 않는 까닭이다.
야권연대를 지켜보는 야권 지지층의 마음은 더 불편하다. 이렇게 좋은 선거구도를 만들어줬는데도 야권이 욕심을 내다가 일을 그르칠 경우 19대 총선 구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7대 대통령선거나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승리했던 이유는 야권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이 야권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다시 한 번 야권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 불참한다면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여권과 보수언론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시대에 달콤함을 공유했던 이들에게는 꿀맛 같은 얘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절망의 시간이 5년 더 연장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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