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8일 화요일

[기자메모] 농식품부의 '자화자찬'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27일자 기사 '[기자메모] 농식품부의 '자화자찬''을 퍼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7일 '이명박 정부 4년 농정 성과 및 2012년 중점 추진과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농식품부 이상길 1차관이 공식 브리핑을 하고, '농협 개혁', '농식품 수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확대'를 3대 핵심성과로 제시했다. '유럽연합(EU),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농어촌 삶의 질 향상' 등도 성과로 홍보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공을 들인 보도자료의 그 어디에도 지난 4년 간의 과오나 반성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MB정부 4년은 역대 정부 사상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굵직한 농정현안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정부가 막 출범한 2008년에는 턱없이 불리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면서 촛불집회 등 국민적 저항을 초래했다. 광화문에 60만 인파가 모였던 2008년 6월 10일, 당시 농식품부 장관이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으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난 사건도 생생하다. 2010년에는 전국 평균 산지쌀값이 1995년 이후 최저가로 폭락했다. 현 정부가 대북 쌀지원을 중단하면서 재고 부담이 누적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2010년 9월에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5000원까지 폭등했다. 정부는 기상 탓을 했지만 농민들은 "근본적인 수급조절장치나 유통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단기 가격 안정에만 초점을 맞춰온 정부 정책이 악순환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2010~2011년에는 사상 최대 피해를 낸 구제역 대란이 발생했다. 2010년 초 2번의 구제역이 발생했음에도 같은해 11월 검역 당국과 지자체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전국에서 300만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살처분 됐다. 

지난해에는 ‘사상최대의 농업개방'이라고 불리는 한·미 FTA가 체결돼 발효를 앞두고 있고, 한·EU FTA가 발효됐다. 올해는 어떤가. 농업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 협상이 개시됐다. 지난 24일 성난 농민들이 공청회장에 진입해 "우리가 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저지를 안 하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MB 4년 내내 바람 잘 날이 없는 농식품부를 출입해온 기자들은 이날 농식품부의 브리핑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평가한 농협개혁 역시, 새로운 농협 출범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자본금 지원 문제로 정부-농협이 신경전을 벌이고, 농협 노조 및 농민단체들의 ‘농협개악' 비판도 여전하다. 게다가 현안인 한·중 FTA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며, 함께 발표한 올해 중점 추진과제 역시 업무보고의 재탕이었다. 

이상길 1차관도 이같은 지적에 "지난 4년간의 농정을 회고해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고 우리 나름대로 나서서 자랑할만한 게 그렇게 많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이날 브리핑이 스스로도 얼굴이 붉어졌을 자화자찬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농정의 성과는 농식품부가 아닌 농민들이 평가해야 한다. 농식품부도 모를 리 없다. 이 차관은 브리핑중 "시험 친 사람이 점수 매기는 게 아니고 채점한 사람이 점수를 매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이같은 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공을 들일 생각하지 말고 다급한 농정 현안인 한·중 FTA부터 막아서는 것이 농식품부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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