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4일 금요일

대법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3일자 기사 '대법 "2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를 퍼왔습니다.
근로자 지위 소송 재판에 영향 미칠 듯…"노동자 스스로 나서야"

대법원이 2년 이상 일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현대차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차에는 8000명, 기아차 3000명이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23일 대법원(특별 1부)은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가 낸 부당해고구제소송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2년 이상 일한 최 씨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최병승 씨는 2005년 2월 해고된 뒤 7년 만에 정규직 복직 판결을 받아냈다.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사내 하청 노동자로 입사한 최 씨는 노동부 울산노동사무소가 2004년 현대차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고 공식 결정하자, 이를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2005년 해고됐다.

최 씨는 2006년 이후 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7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최 씨는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시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도 지난해 2월 결국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를 제기했다.



▲ 대법원 판결 직후, 금속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프레시안(허환주)

"이름없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오늘에서야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직후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불법파견과 사내하청으로 고통받던 이름없는 노동자들의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오늘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며 "그간 노력한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판결은 더 이상 노동자를 벼랑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브레이크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이 뒤집혀졌다면 우리 사회의 가느다란 희망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판결을 개인의 일로만 치부되는 것도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자동차는 이번 판결을 개인의 사례로만 몰아가면 안 된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계기로 삼는 등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재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그간 노동계가 주장해온 것이 옳았다는 걸 입증하는 판결"이라며 "사내하청 업체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전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내하청노동자는 조선, 철강, 전기전자, 기계금속업종 등 제조산업 전반과 민간서비스, 공공부문에 위장도급, 불법파견, 그 외 편법적 고용형태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이번 판결은 사회적 파장과 그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대법원의 오늘 판결로 현대자동차가 자행한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사회, 경제적 갈등과 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현대차 자본의 불법적 만행이 단죄되고 서법정의가 구현된 것이다"라고 자평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 최대 쟁점이 될 것"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크든 작든 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선 현재 소송 중인 재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940명은 2010년 11월 자신이 현대차 정규직 직원인지를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낸 상태다. 또한, 기아차 574명, 금호타이어 111명, 포스코 17명, 조선 7명 등도 같은 소송을 냈다.

이들에 대해 정규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날 경우, 현재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송이 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조선업계의 경우 7만9160명, 철강업계 29만8912명 등 32만5932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24%에 해당한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이번 판결은 2004년에 소송을 낸 개인뿐만 아니라 현재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도 이번 판결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또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올해 임단협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 때문에 올해 임단협에서 이 문제는 가장 쟁점이 될 것"이라고분석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야"

현대자동차 사측은 이번 판결을 확대 해석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앞서 이날 대법원 판결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판결이 난 직후, 현대차는 판결을 존중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노동계도 현대자동차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해룡 현대자동차지부 부지부장은 "현대차는 오늘의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는 원청과 하청이 함께 권리를 쟁취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우리는 앞으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정규직을 교육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정권과 자본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 연대회의 집행위원은 "이번 결정이 그간 싸워온 사람들을 가슴으로 위로해주고 용기를 찾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이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체 공장 내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그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나설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판결로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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