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사설] 측근 챙기기 인사, 임기 말까지 끝이 없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0일자 사설 '[사설] 측근 챙기기 인사, 임기 말까지 끝이 없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측근 챙기기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어제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임명됐고, 양휘부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민간기구인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회장에 사실상 내정됐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널리 알려진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지나친 정치적 행보로 논란을 낳은 문제적 인물이다. 이 정부의 고질병인 보은 인사가 임기 말까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 그 뻔뻔스러움이 놀라울 따름이다.
유 전 장관의 예술의전당 이사장 임명은 여러모로 부적절한 인사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그는 예술계 출신인 것은 사실이나, 이 대통령 취임준비위 부위원장과 문화부 장관, 대통령 문화특보 등을 지내며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내왔다. 특히 이 정부의 첫 문화부 장관 시절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코드’가 맞지 않는 산하 기관장들에게 대놓고 사퇴를 압박해 문화판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다양성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할 문화예술 분야에선 심각한 결격사유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유 장관이 사퇴를 종용해 물러난 사람들 중에는 신현택 예술의전당 사장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유 전 장관은 국립극단 민영화, 국립오페라단합창단 해체 등으로 문화예술의 토양을 척박하게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책임을 맡아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양휘부 전 사장의 회장 내정설이 나도는 케이블티브이협회는 케이블방송사업자(SO)와 채널사업자(PP) 등이 권익보호를 위해 만든 민간단체다. 그런데도 새 협회장 추천을 위한 에스오협의회 이사회가 오늘 열리는 것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쪽에서 양 전 사장을 밀라는 뜻을 업계에 계속 전하고 있다고 한다. 업계 자율인 협회장 선출에 방통위가 개입하는 것은 양 전 사장을 협회장으로 앉히려는 월권행위임이 분명하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방송특보단장을 지낸 그는 2008년 6월 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도 낙하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임기가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국정 운영과 인사 등에서 균형과 공정성을 중시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도를 넘은 측근 챙기기 인사에선 권력을 같은 편에만 나눠 주겠다는 탐욕만 보일 뿐이다. 정부는 유 전 장관의 이사장 임명을 즉각 취소하고, 케이블티브이협회장 선출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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