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5일 토요일

[사설] 방문진, MBC 사장 퇴진시켜 파업 해결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24일자 사설 '[사설] 방문진, MBC 사장 퇴진시켜 파업 해결해야'를 퍼왔습니다.
지난달 25일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시작된 (MBC)의 ‘공영방송 회복’ 투쟁이 오늘로 한달을 맞았다. 그사이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총파업으로 가세해 문화방송의 내부 진통이 한층 격렬해졌다. 보도국 기자의 90%가 마이크를 놓아 6개의 뉴스 프로그램 가운데 3개가 아예 없어졌고, 나머지도 단축방송으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는 처지다. 국가적 대사인 4·11 총선 선거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은 이런 전례없는 위기상황을 “노조의 불법파업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무책임한 자기변명이 아닐 수 없다. 수없이 누적된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보도, 그에 따른 신뢰도·시청률 추락, 전례없는 파업 열기 등은 문화방송의 위기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영방송 엠비시를 ‘엠비(MB·이명박)씨의 방송’이라고 조롱받게 만든 김 사장 자신이 바로 위기의 진원지다.
얼마 전 문화방송의 20~35년차 간부급 사원 135명이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김 사장이 내부 구성원들을 이끌 리더십을 잃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급기야 그저께는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인 최일구 부국장과 ‘뉴스와 인터뷰’ 앵커인 김세용 부국장이 보직에서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했다. 간부들마저 김 사장에게 등을 돌린 것이 이 방송의 현주소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완전히 귀를 막은 채 요지부동이다. 어제는 회사 바깥을 떠돈 지 20여일 만에 서울 여의도 사옥에 나와 퇴진 불가를 선언했다. 오히려 파업 참가자들에게 오는 27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
김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문화방송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기는 요원하다. 김 사장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겠으나, 그의 고집스런 태도로 미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적극 나서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이미 방문진 이사 중 야당이 추천한 세 명의 이사는 김 사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한 상태다. 게다가 김 사장은 경영 상황을 보고해야 할 방문진 이사회에 일방적으로 두 차례나 불참한 바 있다. 문화방송 안팎의 지지를 잃고 방문진에조차 안하무인격 처신을 보인 김 사장을 방문진이 감싸고돌 이유는 조금도 없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