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5일 토요일

"후쿠시마 참상, 한국의 미래 될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4일자 기사 ' "후쿠시마 참상, 한국의 미래 될수도"'를 퍼왔습니다.
사고 후 1년간의 기록, 사진전으로…“일본 원전, 극소수의 이들만 이익”

내달 11일은 이웃나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끔찍한 재해를 겪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방사능 오염으로 병든 후쿠시마와 그 속에서 삶을 이어나는 후쿠시마 사람들의 의연한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린다.   
위험천만한 지역에 카메라만 달랑 들고 맨몸으로 뛰어든 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도요다 나오미 씨. 도요다 씨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비롯해 아시아, 발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다니며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온 베테랑 사진작가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수많은 인명 및 환경 피해를 겪은 일본이 다시 한 번 유사한 일을 당했으니 자국민인 그가 후쿠시마로 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어찌 애달프고 참담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을까. 


▲ 방사능 피해권고지역의 축사. 방치된 젖소들이 죽어가고 있다. (제공=류가헌, 도요다 나오미 作)

하지만 그는 분쟁지역에서 열화우라늄탄의 참혹함을 목격하면서 분쟁의 실상 중에서도 핵무기와 원전의문제에 주목했고 그 실상을 세상에 알려왔다. 핵은 그야말로 ‘살상무기’임을 절실하게 느껴왔던 것이다.
그의 카메라 안에 담긴 후쿠시마는 ‘죽음의 도시’인 동시에 ‘삶의 도시’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 20㎞내 피해권고지역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2백만 명의 현민이 살고 있는 후쿠시마현 대부분이 방사능 오염지역이기도 하다.
원전 사고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았을 뿐 아니라 가정을 붕괴시키고 공동체를 파괴시켜버렸다. 사고 당시 체 대피하지 못한 한 가정의 어머니, 아버지 혹은 어린 자식들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이곳 사람들의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은 슬픔이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피난소에서, 학교에서, 생산 현장에서 강인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살던 흔적마저 남아 있지 않은 이와테현과 미야기현 마을에서 주민들이 기와장 한 장 한 장 주워가며 재건과 부흥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모습은 뭉클하다.


▲ 방사능 피해권고지역의 사람들이 일시귀가 때 조상의 묘소를 참배했다.(제공=류가헌, 도요다 나오미作)

이런 이들의 모습을 1년 동안 곁에서 봐온 도요다 씨의 가슴에 자리잡은 건 아마도 정부와 원전세력들이 퍼뜨린 ‘거짓말’에 대해 분노일 것이다.
도요다 씨는 작업노트에 “원전을 멈추면 ‘전력이 부족하게 된다’고 말하던 게 작년 여름이었다. 그러나 54기의 원전 가운데 53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 부족으로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던 올 겨울, 단 한 번의 정전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도요다 씨는 또 “일본의 원전은 결코 에너지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일본의 원전은 극소수의 가진 자들이 보다 윤택해지고, 핵무기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원전과 핵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의사회’, ‘탈핵법률가 모임’ 등이 생겨났고 통합진보당은 올해를 ‘탈핵 원년’으로 선포하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 하는 등을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 지진으로 파괴된 도로(제공=류가헌, 도요다 나오미 作)

하지만 여전히 핵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쓰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40% 올라가야 한다”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원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답은 뭘까. 도요다 씨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1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피폭당한 사람들을 만나고, 방사능에 오염된 대지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원자력발전으로 유지해온 일본의 현재를 보여주는 극히 일부의 현장 기록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의 미래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이것은 한국의 미래일 수도 있다.”
사진전은 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류가헌에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ryugaheon.com)나 블로그(blog.naver.com/noongamgo)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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