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22일자 기사 '예사롭지 않은 미·중 관계와 한반도'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 회복 시급

미국과 중국 관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13~17일)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 부주석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점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인 주권과 영토,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는 뜻을 미국에게 전달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의 결정적 계기는 2010년 천안함 사태였다. 중국이 사상 최초로 한·중 간 경계수역인 서해를 핵심이익 영역으로 규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게 이 사태 때였다.
당시 한·미 양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벌이자 중국도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 해 7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서해 군사훈련은 중국의 핵심이익 침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현안을 놓고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중국 군부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이때였다. 중국-대만 긴장관계 완화와 미·중 전략적 협력 관계의 증진으로 입지가 약화됐던 군부가 강경한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시진핑 부주석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한 것은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침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관계는 미국의 해양패권과 중국의 해양대국화 추진의 충돌과정에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2010년 8월 10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베트남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은 이 훈련을 중국 포위 전략이라고 규탄했다. 미·중 간 갈등이 패권다툼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각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냉전종식 후에도 일본과의 군사동맹에 집착하는 것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체제의 핵심인 대만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에게도 대만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등장한 이후 중국과 대만은 ‘차이완’시대라고 할 만큼 밀월관계다. 최근 마잉주 총통 재선 이후 궈진룽 베이징 시장이 베이징 시장으로선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양안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차이완’시대에 들어선 양안관계는 동북아 세력 판도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미·중의 충돌지역이 대만이 아닌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중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경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추진이나 한·일 군사교류 강화 따위로 한·중 간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반도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주한미군의 역할이 지역방어로 확대되는 것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들의 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려 한반도를 국제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고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 부주석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한반도 문제 조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반도 문제가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타협의 희생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대화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부터다. 2009년 9월부터는 이 대화가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로 확대됐다.
문제의 핵심은 미·중 간 전략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중요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의 자주적인 주도력을 보였다. 김영삼 정부는 4자회담을 주도적으로 성사시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에만 올인하듯 매달려 중국, 북한과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주적 주도력도 잃어버린 결과를 빚었다. 한국 정부의 자주적 주도력을 다시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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