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2일 수요일

"교육방송 너마저 권력의 나팔수로..."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21일 기사 '"교육방송 너마저 권력의 나팔수로..."'를 퍼왔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논란' 불씨 우려...'구럼비'편 불방 결정

한국교육방송(EBS)이 '제주 구럼비 바위'를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불가' 판정을 내린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EBS 심의위원회는 지식채널e가 지난 17일 제작완료한 ‘구럼비’ 편이 공정성에 위배된다며 '방송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프로그램을 만든 김한중 PD는 이에 불복, 특별심의를 요청했지만 심의위는 결국 20일 '방송 불가' 최종 판정을 내렸다.
방송 예정일이었던 20일 저녁 김 PD는 자신의 트위터(@EBSKIMPD)에 “오늘 저녁 8시45분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지식채널e '구럼비'편이 심의결과 방송부적합으로 결정돼 불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EBS 심의실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호 공정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불방 배경을 전했다.
김 PD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룬 것이 아니라 구럼비 바위에 대한 지리학, 지질학적 정보가 3분의 2, 나머지는 현재 (구럼비 바위를 부수고 있는) 공사 모습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럼비 편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을 담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냥 구럼비 바위에 천착한 프로그램이다.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구럼비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 그걸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대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구럼비 편에 정치적인 잣대를 적용한 심의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 PD는 “자체적으로 세차례 심의한 결과 ‘구럼비’편이 자연보호 쪽 주장만 담았다는 판단이 되어 방송불가로 판단했다”며 “공정성을 침해한 것이 문제였다”는 사측의 해명에도 문제가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말하려면 양자의 힘이 팽팽해야 하는데 강정마을 주민들은 바위 하나 지키려고 절대 권력에 맞서 맨몸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라면서 “해군과 주민을 똑같이 비중 있게 다루는 게 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이하 노조)는 21일 “사측이 ‘구럼비’편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며 “공영방송 EBS의 자체검열이 도를 넘고 있음을 개탄한다”며 맹비난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방송심의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제작 프로그램과의 적합성을 심의하는 것임에도 EBS 심의실은 개별 프로그램 아이템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까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대하게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사측은 ‘구럼비’편의 결방 결정을 철회하고 시청자와의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 서귀포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사태에 대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할 공영방송 EBS마저 정치적 판단을 통해 제작 및 편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이어 “EBS가 언론인과 시청자를 향해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에 본격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 없다”면서 프로그램 방영금지를 취소하고 즉시 방송할 것을 요구했다.
이 소식에 한 누리꾼은 “세계적인 명품 다큐들 중에, 이른바 ‘양적 균형’을 맞춘 작품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방송은 공정해야 하지만 공정성이 양적 균형으로 이해되어선 곤란하죠”라며 심의위의 ‘공정성’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트위터리안들은 “정말 도를 넘었습니다!” “참 뭐라 얘기할수가 없을 정도군요” “이럴수가!! 대체 기준이 무엇입니까!”라며 심의위의 불방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도 “모든 방송을 완벽하게 집어삼키려는 가카 그러다 배터져 죽을지도..” “EBS 예전 명성 찾으려면 아직도 멀었군요. EBS도 MB맨들이 가득합니다” “구럼비 바위에 대한 이야기도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이 정권.... 뭐 그리 두려운 게 많나?” “구럼비 방송하기 전까지 방송 안보고 교재 안사겠습니다”라며 사측과 정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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